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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년을 엄마에게 바칠게요”(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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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년을 엄마에게 바칠게요”(장명수 칼럼)

입력
1995.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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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한 독자가 나에게 전화를 걸고 며느리를 극진하게 간호하는 시어머니 이야기를 들려 준적이 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데, 이웃 병실에서 본 정경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신문에 소개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40대 초반인 며느리는 암 환자로 상태가 좋은것 같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간병인이 그를 간호했는데, 뒤늦게 사실을 알게된 69세의 시어머니가 달려와 간병인을 보내고 며느리의 병상을 꼬박 지키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감탄했더니 그 할머니는 「만일 내가 병이 났다면 며느리가 얼마나 나를 지극하게 돌보았겠느냐」고 눈물 흘렸습니다. 고부간이란 저렇게 아름다울수 있는 사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바라보곤 합니다』

얼마후 내가 병원에 전화했을때 그 환자는 퇴원하고 없었다. 병원측에서는 그가 기도원으로 간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오래 남아 있었는데, 며칠전에는 어머니를 간호하는 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40대의 주부인 그는 친정어머니가 위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게 되자 『앞으로 2년을 어머니에게 바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을 너무나 헌신적으로 키우셨지만, 지금 병과 싸우는 어머니를 자식들이 헌신적으로 간호하기는 어려웠어요. 제 경우에도 한 가정의 주부로서 많은 시간을 낼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이일 저일 모두 치우고 나의 생에서 한 부분을 어머니에게 완전히 바치겠다는 각오가 필요했어요. 어머니의 사랑에 비하면 나의 2년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상오에 서둘러 집안일을 끝내고 곧장 친정으로 가서 하오 6시까지 어머니와 같이 있는것이 그의 매일 일과다. 그는 자기자신을 위해서 세웠던 계획들을 모두 2년후로 미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양해를 구하여 최소한의 주부역할만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마음먹기에 따라 좋은 사람도 되고, 나쁜 사람도 된다. 어제까지 가슴이 찢어질만큼 괴롭던 일이 마음을 바꿈으로써 한순간에 평화로워지기도 한다. 지옥을 천당으로 바꿀수 있는것이 마음이지만, 그 진리를 실천하지 못하여 우리는 오래도록 지옥에 머무르기도 한다.

『내가 병들었다면 며느리가 얼마나 정성껏 돌봐주었겠느냐』 면서 며느리를 간호하는 7순의 시어머니, 『나의 2년을 완전히 어머니에게 바치겠다』는 각오로 어머니를 돌보는 딸… 그들의 마음은 병을 잊게할만큼 아름답다. 한해가 저무는 12월,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아름다운 마음을 배우는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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