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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씨 입열어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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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씨 입열어야(사설)

입력
1995.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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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지금 세 사람의 전직대통령이 생존해 있다. 최규하·전두환·노태우씨가 바로 그들이다. 그들 셋 중 둘은 이미 형무소에 가 있다. 군사 쿠데타 주모자로 반란죄와 내란죄에 한 사람은 부정축재 혐의까지 겹쳐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지금 옥중에 있는 전·노씨가 불행한 전직대통령이라면 최씨는 아마 불운한 전직대통령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정말 뜻밖에 대통령 자리에 올라 전씨 등의 쿠데타 과정을 본의에 의해서든 강제력에 의해서든 승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총칼로 정권을 찬탈하고 시민항쟁을 무력 진압하는데 묵인 방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말이다.

뒷날 역사와 법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예감한 탓인지, 아니면 대통령 재임시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 탓인지 최씨는 지금까지 자택에서 칩거생활을 고수해 왔다. 그는 국회의 5공청산 청문회 출석을 거부한데 이어 작년의 12·12, 5·18수사때도 검찰의 증언 요구를 듣지 않았다. 대통령 재임중의 공적 행위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최씨가 내세우는 이유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12·12, 5·17, 5·18의 진상을 밝히고 주모자와 관련자들을 단죄하려는 역사적 심판이 시작된 마당이다. 여야정당과 전체 국민이 함께 나서 당시의 군사 쿠데타를 응징하려는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씨는 이제 더 이상 침묵으로 버티기 어렵게 되었다. 어떤 명분과 이유도 통하지 않게 되어 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아 법과 진실과 정의를 재정립한다는 명제앞에 어떤 변명도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만일 쿠데타의 주모자들이 입을 열지 않을 경우 최씨의 증언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재임시의 행위를 보상하는 의미에서라도 솔직히 증언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그의 진술은 5·18의 발단인 5·17 비상계엄확대 과정에서 신군부의 강압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열쇠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신군부측은 당시 중동순방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최씨에게 비상계엄확대를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에 앞서 79년 12월12일 전씨는 최씨의 허가도 없이 보안사 병력을 동원,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강제 연행한 뒤 사후결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증언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두가지 대목 이외에 80년 8월 자신의 하야도 쿠데타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다. 자의에 의해서 결정한 것인지 강압에 못이겨 물러났는지 본인이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만일 이번에도 끝내 증언을 거부한다면 그에 대한 역사의 심판 역시 동정적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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