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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국서 선풍 두정치드라마(지금 이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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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국서 선풍 두정치드라마(지금 이곳은)

입력
199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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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사회 “씁쓸한 인기”/굴절된 역사에 충격·분노·허탈… 새신드롬워싱턴에 거주하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인척 한사람이 『「제4공화국」과 「코리아게이트」가 잘 됐으니 놓치지 말고 꼭 보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고 다닌다는 「흥미로운」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서울로부터 5·18 특별법 제정 소식이 들리기 전이었다.

그때까지만해도 노태우 전대통령의 부정축재 뉴스가 국내 신문지면을 도배질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정부·여당의 5·18 특별법 제정 검토 소식이 전해졌고 순식간에 이 두 드라마는 교포사회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비디오 대여업을 하는 한 동포는 『이 두 드라마를 담은 비디오는 서울에서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진열대에서 사라진다』고 말했다. 교포 유선방송을 통해 매주 수·목요일 저녁 방영되는 「제4공화국」과 뉴욕을 통해 배급되는 「코리아 게이트」비디오를 미처 보지못한 사람들은 아예 화제에 끼어들지를 못한다. 밤잠을 설친 뒤 토끼눈을 한 채 출근길을 재촉하는 교포들도 더러 보인다.

「코리아게이트」로케 팀이 다녀간 워싱턴 시내 한식집 「진가」의 식탁앞에 앉은 손님들도 이들 드라마를 화제로 침을 튀긴다. 주미대사관 관리들 사이에서도 연일 계속되는 화젯거리다. 어떤 이는 이 두 드라마의 열기가 연초 교포사회를 휩쓸었던 「모래시계」신드롬 이상이라고 평했다.

두 드라마를 본 교포들의 반응은 「충격」「분노」「허탈」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된다. 한국일보 워싱턴 지사의 현지판 보도에 의하면 전·노 두 전대통령 방미당시 경호와 환영에 나섰던 한 반공동지회 회원은 두 드라마를 본 후 화가 치밀어 그동안 집과 사무실에 「모셔 두었던」 두 사람의 사진을 떼버렸다고 한다.

동포사회는 또 이들 비디오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긴박하게 전개되는 모국의 정정에 시시각각 접하면서 사실과 픽션을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난감함을 함께 느끼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좌절감에 빠져 있을지 모를 모국과 동포를 위한 통성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한 동포 언론학자는『「공화국 시리즈」나 「게이트 시리즈」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세상이 빨리 와야 하는데』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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