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권 비리·경제위기 해결에 벅찬 첫해/민생고 국민불만속 “개혁추진” 고전 전망에르네스토 세디요(43)멕시코대통령이 1일로 집권 1주년을 맞았다. 전 정권으로부터 물려 받은 「부의 유산」을 청산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지난 1년은 세디요의 정치생애중 가장 긴 1년이었다. 그러나 남은 5년 임기의 전도도 그리 밝은 빛이 아니다. 전 정권 때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대통령의 비리가 끝을 모른채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져가고만 있기 때문이다.
망명중인 살리나스 전대통령은 수천만달러의 부정축재 혐의외에 지난해 집권 제도혁명당의 대선후보 콜리시오의 암살을 배후조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직접 지명한 후계자가 자신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서자 당선후 사정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 제거했다는 것이다. 그의 친형 라울 살리나스는 마약조직과 손잡고 검은 돈을 세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치의 혼미는 경제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1년 사이 달러에 대한 페소화의 가치가 50% 이상 떨어졌고 외국기업들은 썰물빠지듯 빠져나갔다. 물가는 51% 폭등했으며 국내총생산(GDP) 또한 6% 떨어졌다.
치아파스주 인디언 원주민들의 자치문제도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는 당초 평화적 해결을 약속했다가 갑자기 군을 투입했다. 이후 교섭은 답보상태다.
그가 임명한 오스카르 에스피노사멕시코시장은 범죄와의 전쟁을 무리하게 강행하다 위헌시비를 빚자 곧바로 철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여기에다 천재까지 겹쳤다. 대형지진이 멕시코시티를 강타했고 허리케인으로 엄청난 인명·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국민들의 불만은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의 참패로 나타났다.
세디요대통령은 고단위 개혁으로 이 복합난관을 돌파할 태세이다. 그는 야당인사를 검찰총장에 임명했고 집권당이 관련된 정치스캔들까지 철저수사토록 지시했다. 이미 지난 3월에 라울 살리나스를 전격 구속했다.
현재 그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개혁뿐이다. 그러나 한 서방외교관의 지적처럼 『지금으로서는 내년 한해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국민들은 그들의 호주머니가 쪼그라들수록 더이상 인내하지도 세디요의 젊은 혈기를 신뢰하지도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 1차적 시험대는 97년 총선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야당에 맞서 경제·정치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숙제가 그의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세디요는 전기공의 아들로 태어나 구두닦이를 하는 등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미예일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전형적인 전문기술관료 출신이다. 그는 살리나스 밑에서 교육장관을 지내던 지난해 3월 집권당의 대선후보 콜리시오가 암살을 당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대통령이 되는 행운을 잡았다.<조상욱 기자>조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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