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로스쿨 유산(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로스쿨 유산(사설)

입력
1995.12.02 00:00
0 0

아무리 개혁하자는 소리가 드높다 해도 실제로 개혁을 이뤄내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닌 것 같다. 개혁의 내실을 빠른 시일안에 이룩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혁추진의 외형적 틀을 갖추는 것마저 쉽지가 않은 것이다. 우리는 그같은 사례를 사법개혁과정을 통해 너무나 생생하게 실감케 된다.어제 대법원과 세계화 추진위원회는 1년여의 오랜 논란과 대립끝에 국립전문 법과대학원(로스쿨)제 도입을 백지화하는 내용으로 「법률서비스 및 법조인 양성제도의 세계화방안」을 확정하기에 이르렀다. 세계화추진위 발족이후 사법개혁의 대명사격으로 제시되어 온게 바로 로스쿨제 도입이었다. 그걸 아무 결실없이 백지화하고서도 세계화방안이라는 표제를 붙여 확정안을 발표한 것은 사법개혁방안 마련의 어려움과 함께 앞으로의 무거운 과제를 상징하는 것이라 하겠다.

발표된 방안은 외견상 그 내용을 네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가 이미 확정실시중인 연차별 법관증원과 법관윤리강령채택·전관예우방지시책등의 법률서비스개선이고 둘째가 법조인 양성제도확정, 셋째가 사법연수원의 개편방안, 넷째가 교개위를 통한 법학교육제도 개혁추진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런 형식상의 내용을 떠나서 보면 그동안 타율적 개혁에 완강히 반발해 온 사법부가 일차적으로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편리하게 해석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는 사법부에 몇가지 무거운 과제를 오히려 안겨주고 있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사법부를 포함한 보수적인 법조계 전체의 한결같은 기득권 주장은 관철되었다지만 법조의 문턱이 너무 높고 부조리가 심했다는 국민적 개혁 욕구가 여전히 충족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법부의 본격적 개혁은 사실상 이제부터이고 그 책임 또한 막중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사법부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된 만큼 로스쿨 도입등 다원적이고 전향적 개혁시책이 채택되었을 때 이상으로 개혁의 내실을 국민앞에 펴보이고 실증시켜야 하는 것이다. 사법부의 참된 변신은 앞으로 사법시험제도와 연수원 혁신등 법관선발 및 교육제도의 구체적 개혁과정을 통해서 어김없이 드러나야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민된 입장에서는 당사자를 배제한 가운데 성급히 사법부개혁을 추진하려 한 정부당국이나 과거부터 스스로의 개혁에 소홀한 인상을 줘 온 법조계가 모두 못마땅한 일면을 안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또한 앞으로 교개위를 통해 법학교육제도개혁이 부단히 추구된다는 것이기에 이번의 방안 확정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사법부는 이런 형편을 감안, 이제야말로 과감한 변신속에 내실있는 개혁추진에 나서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