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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청산하려는 것들(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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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청산하려는 것들(장명수 칼럼)

입력
1995.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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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 강신옥 의원은 11월30일 국회에서 여당 의원으로서는 하기 힘든, 아니 빨리 했어야 할 말을 했다.『지난 대선때 여야가 법정 선거비용을 초과했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김영삼대통령은 검찰수사를 기다릴게 아니라 스스로 대선비용을 밝혀야 한다. 앞서 검찰이 내렸던 「공소권 없음」결론은 검찰 전체의 판단으로 보이기 때문에 5·18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그 사건을 검찰에 맡길수 없다는 국민의 소리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주장은 새롭지 않지만, 민자당안에서 그런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다는 것은 새롭다. 민자당에 시급한것은 이름을 바꾸는것이 아니라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총재 한사람의 「결단」에 휘말려 번번이 우왕좌왕하는 정당이 아니라 충분히 토론하고 검토된 합의의 힘으로 이끄는 정당이 돼야 한다. 문민시대, 문민시대 하지만 민자당의 체질은 아직 「문민 체질」이 아니고, 한사람의 결단에 의지하다 보니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쿠데타와 부정부패 청산이라는 훌륭한 명분에 걸맞지 않은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한심한 정국을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대선자금을 공개하여 국민의 양해를 구하고, 5·18 수사를 특별검사에게 맡기라는 대다수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역사청산에 앞서 그가 통과해야 할 첫번째 관문이다. 그 문을 통과하지 않고 대도로 나갈수는 없다. 대통령이 먼저 당당해지지 않고는 어떤 결단 어떤 승리도 빛을 잃을 것이다.

정략과 술수가 춤추는 정치판에 국민은 진저리를 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막기위해 헌법소원을 취하하는 야권의 교묘한 작전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언젠가 그 교묘함으로 국민을 속이지 않을까라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는 사람이 많다. 또 『결단밖에 난 몰라』란 대통령과 우왕좌왕하는 여당을 보면서 그 훌륭한 명분을 저 수준으로 요리할 수밖에 없는가 라고 가슴을 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청산하려는 것은 쿠데타와 부정부패만이 아니다. 법위에 정치있고, 순리위에 결단있고, 진실위에 술수있고, 당원위에 총재있다는 정치판의 사고방식이야말로 청산 1호다. 그런 사고방식을 그대로 둔채, 그런 사고방식에서 나온 작전으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것은 헛소리다. 그것은 「전두환과 노태우 청산」으로 끝나고, 역사는 되풀이 될 것이다.

오늘의 정치판 자체를 청산대상으로 보고 있는 국민의 따가운 눈길을 못느낀채 역사를 청산하겠다는 정치인들이야말로 비극이고, 희극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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