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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정치논리에 큰 상처/「5·18」선고 무산되던날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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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정치논리에 큰 상처/「5·18」선고 무산되던날 표정

입력
1995.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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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법체계내 「해결」 가능했는데”“결국 이렇게 되다니” 허탈한 웃음헌법재판소의 5·18관련 선고는 결국 무산됐다.

헌재는 30일 취하신청서가 접수된 5·18관련 헌법소원 4건에 대해 민사소송법 규정을 원용, 피청구인인 검찰의 의견서를 받기로 하고 선고를 연기했다. 검찰이 소원 취하에 동의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2주동안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소원은 자동 취하된다. 검찰의 의사표명이 있기전에 취하가 철회되거나 검찰이 취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선고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별로 없다. 검찰은 이미 소원취하에 동의하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여론도 내란죄공소시효 기산점을 80년 9월로 잡아 전두환·노태우두전직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처벌을 복잡하게 만드는 헌재의 선고에 부정적이다.

김용준 헌재 소장은 상오10시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9인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덤덤한 목소리로 『5·18관련 헌법소원 4건의 선고는 청구인들이 취하신청서를 제출했기때문에 연기합니다』고 선고연기 사실을 밝혔다.

30여초간의 짧은 순간동안 방청석을 지키고 있던 헌재 직원 50여명은 일어선 자세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고 심판정에서 퇴장하는 재판관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번 결정의 주임연구관으로 어제까지도 결정문의 쉼표위치를 수정하는등 심혈을 기울였던 윤용섭 연구부장과 임준호 연구관은 허탈한 심정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선고를 마치고 승강기에 오른 재판관들은 무거운 표정을 지을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한 재판관은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갔던 재판관들은 30분뒤쯤 평의실에 모여 하오에 선고할 사건에 대한 최종 확정토의를 가졌다.

이어 상오11시께에는 연구관 전원이 3층 연구부장실에 모여 간담회를 가진 뒤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연구관들은 이 자리에서 선고가 무산돼도 결정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선고가 이뤄졌더라면 현행 법체계내에서 역사를 바로 잡고 헌재의 위상을 굳히며 법치주의의 정통성을 살릴 수 있었다고 아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결정내용이 공개된 것처럼 보도되는 바람에 헌재가 알게 모르게 피해를 보았다』고 말한뒤 『우리 풍토에서 헌재의 위상을 바로세우기가 아직은 어려운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관계자는 『특별법제정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전제한뒤 『하지만 사안을 여기까지 몰고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헌재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고 정치논리에 휘말려 오히려 위상만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설립8년만에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또다시 깊은 침묵을 해야만 하게 됐다. 이번일로 생긴 헌재의 멍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현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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