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단절·실명제 정착 의지” 분석/「뇌물 불구속」서 전격선회 관심/타그룹 사법처리 수준도 촉각검찰이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을 불구속기소한지 이틀만인 29일 방침을 바꿔 돌연 구속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구속사유인 금융실명제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업무방해혐의는 불구속기소때 적용된 뇌물혐의보다 통상적으로 처벌이 훨씬 가볍다.
검찰은 이에대해 『지난 27일 정씨를 구속하려 했으나 신병확보가 되지않아 일단 공소시효만료일이 임박한 뇌물공여죄를 적용, 불기소할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수사기술상의 문제라는 주장이다.그러나 정총회장은 『무슨 소리냐. 27일에는 분명히 회사사무실에서 근무중이었다』고 정면으로 검찰의 설명을 반박했다. 또 당시 정총회장의 불구속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강민 대검중수부장은 『정씨가 이미 구속된 적이 있지 않느냐』고 우회적으로 불구속사유가 따로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같은 여러 정황으로 볼때 검찰의 정총회장구속은 모종의 상황변화에 의해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불러 일으켰었다.
그러나 안중수부장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은 「상황변화설」을 일축했다. 안중수부장은 정총회장에 대해서 처음부터 구속방침이 서 있었으나 정총회장이 피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불구속기소라는 편법을 쓸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즉 지난 26일 하오 6시에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정총회장을 만나기로 했으나 아들이 대신 나왔으며 불구속기소 사실이 알려진뒤 27일 하오6시에서야 연락이 닿아 29일 검찰에 나와달라는 주문을 한뒤 정총회장이 검찰에 출두하자 구속했다는 것이다.
안중수부장은 『죄의 무게는 뇌물공여쪽이 업무방해쪽보다 무겁다』면서 『언론이 피의자의 변명에 지나치게 무게를 싣고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어떻든 정총회장 구속은 다른 재벌총수들의 사법처리 모양새를 유추해볼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런 점에서 안중수부장이 이날 재벌총수들의 사법처리 수준과 관련해 한 발언은 상당히 시사적이다. 요약하자면 뇌물공여나 업무방해 혐의가 모두 구속사유가 될수 있으며 노씨에게 건네진 자금의 성격이 중요한 고려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주목을 끄는 부분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될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추가구속자가 있으나 그 범위는 최소한이 될것이라는 것이다.
이런점에서 이미 정총회장과 마찬가지로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실명전환해준 사실이 확인된 대우 김우중 회장과 노씨의 구속영장에 김회장과 함께 혐의사실이 적시된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이 우선 주목을 받을수 밖에 없다. 이와관련, 안중수부장은 『왜 두사람만이 영장에 혐의사실이 적시됐는 지는 나중에 수사결과를 보면 안다』고 말해 이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이 고려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한보와 달리 재벌의 경우는 총수구속이 우리나라 경제전체의 대외신용도등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것이기 때문에 쉽게 구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유력하다. 따라서 정총회장이나 (주)한양 배종렬 전회장등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기업인을 상징적으로 구속하는 선에서 재계의 사법처리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아직은 배제할수 없다고 봐야한다.<박정철 기자>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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