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5·18불기소헌법소원 취하에 이어 여권에서 헌법개정론을 제기, 국민을 놀라게 했다가 백지화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여당의 개헌론은 5·18관련자 처벌에 따른 특별법 제정에 있어 위헌시비의 소지를 없애려는 것이었지만 오늘 같은 시국 상황에서 개헌만이 과연 최선의 방안인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여당이 일단 백지화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한때나마 국민과 정국을 긴장시켰음은 부인할 수 없다.물론 개헌은 강삼재 민자당사무총장의 말대로 특별법 논의과정에서 위헌시비가 일어나는등 필요한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주장이기는 했다. 이처럼 「필요한 경우」라고 못박았지만 야권은 5·18관련자 처벌이라는 대명제에 동의하면서도 과연 개헌에 있어 헌법부칙만 고치는가, 여기에 권력구조나 임기등 핵심조항을 끼우는 건 아닌가, 김영삼정부가 개헌국민투표를 신임투표로 이용, 15대 총선에 앞선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으로 장차 개헌문제는 5·18정국의 새 불씨가 될 조짐마저 보였던 것이다.
게다가 특별법제정의 가장 큰 장애인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공소시효문제는 야권의 헌법소원취하로 일단 해결 됐다는 것이 학계·법조계의 중론이라면 굳이 개헌을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내란 등으로 집권한 대통령은 재임중 형사소추가 불가능한 만큼 공소시효가 중지된 것으로 봐야 하며 아울러 공동정범들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견이어서 특별법제정에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국민은 개헌에 대해서는 결코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헌정 47년간의 9차에 걸친 개헌이 87년 여야 합의개헌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장기집권과 독재 체제를 위한 의도로 단행됐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개헌얘기만 나오면 일단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여러 정권과 집권세력이 헌법을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다.
더구나 국민은 비자금에 이어 너무나 당연한 5·18 엄단문제를 정치권이 본질은 외면한채 연일 비방과 새 제의등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어 그야말로 갈피를 못잡을 정도로 혼란을 느끼고 있다. 정말 시국이 계속 혼돈의 늪으로 빠져가고 있는 것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아무튼 개헌은 성급히 거론할 사안이 아니다. 지금은 여야 모두 헌법 테두리 안에서 5·18관련자를 엄벌하고 장차 헌정파괴를 단호하게 응징할 수 있는 장치등을 담은 특별법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혼란과 혼돈을 원치 않으며 5·18의 정략적 이용도 용인하지 않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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