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하루앞두고 뜻밖 상황 “당혹”/“결정내용 추측에만 의존 취하 의아”/“나름대로 최선 다했는데” 안타까움헌법재판소는 「5·18 헌법소원」에 대한 선고를 하루 앞둔 29일 청구인들이 취하서를 제출해 선고는 물론 사건자체가 무산되자 당혹해 하고 있다.
청구인이 헌법소원을 취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더구나 이번처럼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안에 대한 취하는 더욱 그러하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에는 취하와 관련한 명문조항이 없다. 다만 구체적 심판절차는 행정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으며 행소법은 민사소송법을 준용하고 있다. 민사소송법 239조는 「소는 판결의 확정에 이르기까지 그 전부나 일부를 서면으로 취하할 수 있고 본안에 관한 준비서면을 제출하거나 변론을 한 후에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액면그대로 해석하면 정동년씨 등 청구인들이 소원을 취하하더라도 피청구인인 서울지검의 동의가 없으면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검찰이 취하에 동의해줄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없이 선고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헌재관계자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지만 필요할 경우 절차를 생략할 수도 있다』고 말해 검찰측의 동의여부가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뒤 『재판관들의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헌재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관한 헌법소원의 경우 취하서가 접수되면 사건을 종결한뒤 검찰에 사후통보만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힘에 의지한 사람들을 힘이 아닌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면서 『선고가 있기 전에 결정의 구체적 내용도 모르는 가운데 추측만으로 소원을 취하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에 의해 침해된 헌법상 권리를 구제해 달라는 청구다. 종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 받은데 따른 「권리구제형」과 법원에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된 때 내는 「위헌법률심판형」 등 두가지다. 헌재는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30일이내에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심판청구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전원재판부로 넘긴다. 여기서 법정 청구기간이 지나는등 청구가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각하」한다. 이후 재판부는 평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는데 결정에는 「인용」「기각」「각하」 3가지가 있다. 각하란 심판청구자체가 심리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소시효가 지나 청구의 실익이 없는 경우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심판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기각결정을 내리며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을 인용이라고 한다. 또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며, 불기소처분취소청구가 인용되면 검찰은 재수사를 해야 한다.
5·18 헌법소원은 서울지검이 전두환·노태우 두전직대통령등 5·18관련자들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린데 대한 「권리구제형」청구로, 정동년씨등 3백22명이 7월24일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헌재는 제3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거쳐 8월8일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이어 8월3일 이신범씨 등 18명이, 10월17일에 인재근씨등 20명이 각각 별도의 헌법소원을 제출했지만 3건의 내용이 동일하다고 보고 병합심리를 진행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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