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름다운 청년,전태일」(영화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청년,전태일」(영화평)

입력
1995.11.30 00:00
0 0

◎처절한시대 희생정신에 감동 뭉클/차비털어 어린 노동자들에 풀빵사주던 청년/「전기」 차원 넘어 70년대 소외된 환경 섬세히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감독 박광수)은 처음부터 명확하다. 70년대이후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적 인물인 전태일(홍경인 분)을 현재의 시점으로 해석하고자 한다는 관점을 민주노조의 대열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70년대와 오늘날을 이어주는 고리는 전태일이 분신한지 5년후 수배중이던 지식인 김영수(문성근 분)가 쓴 전태일의 평전이다. 현재와 과거(75년)는 색채로, 이전의 과거는 흑백화면으로 분할되어 그려진다. 영화는 역사적 인물을 신화화하는 비교적 손쉬운 방법 대신, 제목 그대로 처절한 시대에 아름답게 살다간 한 청년의 이야기를 질박하게 풀어 나간다.

전태일의 분신장면은 2단계로 나뉘어져 영화의 시작과 정점을 이룬다. 차비를 털어 어린 노동자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잔업을 대신 해주곤 하던 왜소한 청년이 노동법준수를 요구하며 온몸에 석유를 뿌려 자신의 생명을 태워버리는 장면은 분명 눈물겹다.

영화는 이러한 극적인 사건들을 관찰자인 김영수의 시점으로 재구성해 거듭거듭 현재화해 낸다. 임신중이면서도 노조결성을 추진하는 노동자인 아내 정순(김선재 분)이 『당신은 전태일만 생각하지요?』라고 묻자 김영수는 『당신이 바로 전태일』이라고 대답한다.

또 90년대의 김영수는 전태일의 분신 이후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 틈속에서 그를 돌아보는 전태일을 발견하게 된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전태일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전기가 아니라 그의 정신을 계승해 오늘날까지도 노동운동을 일구어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들인 후반작업 덕분에 70년대를 재현하는 흑백화면은 그 시대를 살다간 전태일과 동료들의 열악하고 누추한 작업환경을 현실감있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희생 위에 이루어진 90년대의 현란한 컬러적 세계와 무언의 대비를 이룬다.

어두운 조명과 탈중심화된 화면구도는 70년대 근대화와 경제개발의 주변부에서 으스러져 갔던 노동자들의 사회적 위치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90년대를 살아가면서 꼭 한번은 우리가 만들고, 봐야 할 영화이다. 때문에 이 영화가 내년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사실이 더욱 반갑기도 하다.<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