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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우롱한 소원 취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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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우롱한 소원 취하(사설)

입력
1995.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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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등 야권의 4개단체가 헌법재판소에 냈던 5·18불기소 헌법소원을 취하한 것은 국민을 당혹스럽게 한다. 헌법재판소가 오랜 심사끝에 최종결정을 불과 하루 앞두고 있는 시점에 단행한 취하가 과연 합리적이고 타당한 태도였는지 묻고싶다. 정당한 헌법상의 해석을 구하려고 했다가 결과가 불리할 것이라고 해서 순전한 정략에 따라 철회함으로써 헌법기관의 권위를 마음대로 뒤흔들어도 괜찮은 것인가.헌재가 8차의 평의끝에 대체로 내린 결론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불기소는 잘못된 결정이고, 군사반란부분에 대한 판단이 미비하며, 내란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두환·노태우전대통령등 5·18관련자 전원을 내란죄와 군사반란죄등으로 처벌하려는 야당은 헌재의 결정이 나올 경우 앞으로 특별법제정에 많은 제약이 있어 헌재에 변론재개 및 선고연기 요청에 이어 아예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헌재가 결론을 내리고 선고하려 했던 정확한 결정내용은 알 수 없으나 전해진대로 앞의 내용이라면 위헌논란과 시비의 불씨는 여전히 잠복해 있는 것이다. 특별법에 의해 5·18관련자들을 엄벌할 경우 피소인측에서 헌법소원을 내면 헌재가 내릴 결론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는 국헌을 위반한 범법자들에 대해 국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엄중처벌해야 한다는데 이의가 없다. 그러나 그같은 과거청산을 통한 역사바로세우기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오직 이성적 자세로 법치와 정법에 의해 단행할 때만 이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위헌소지를 안은 채 진행할 경우 두고두고 찌꺼기와 부작용 후유증이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야권은 헌정이래 본격적으로 헌법기관답게 제구실을 하려는 헌재의 결정을 지켜본 뒤 그 결정의 테두리안에서 5·18관련자들을 최대한 엄벌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에 전력했어야 했다. 군형법상 군사반란죄의 경우 전·노전대통령외의 관련자들도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같은 소취하는 헌재측에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 그토록 중요한 사안인 결론내용이 사전유출됐다는 것은 헌법기관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킨 행위로서 깊은 반성과 함께 내부단속·기강확립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제 소취하로 5·18시국·정국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야는 더 이상 정치적 논쟁을 중단하고 역사에 남을 특별법 제정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5·18도 노씨비자금도 더이상 정략적 논쟁거리가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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