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범죄 특별법으로 단죄/독일통독시점부터 시효 적용 살인권력 심판/불·이·동구시효 아예 철폐 관련자 끝까지 추적처벌과거 군부독재자들이나 전쟁범죄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 단죄하는 과정에서는 처벌가능 기간인 공소시효가 지나버려 문제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같은 논란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공소시효를 일시중단하는 특별법을 만들거나 비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는 아예 공소시효를 인정하는 않는 방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과거청산의 물꼬를 트기 위해 공소시효 정지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 나라로는 대표적으로 독일을 꼽을 수 있다. 구동독 지도자의 반인류적 만행을 단죄하기 위해 통일직후 공소 시효정지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다. 구동독정권하에서 자행된 정권적 범죄에 대해서는 통일시점인 90년10월부터 시효를 진행시킨다는 게 이 법의 골자다.
이에 따라 현재 에곤 크렌츠전공산당 서기장등 구동독 지도자 5명이 살인및 살인교사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분단시절 베를린장벽을 넘어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인들에 대한 사살명령을 내린 혐의이다.
반면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국의 경우 인권탄압등 비인도·반인류적 범죄에 대해서는 아예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다. 프랑스의회는 특히 나치전범들을 단죄하기 위한 뉘른베르크 군사법정의 공소시효가 만료될 무렵인 64년12월 반인류적 범죄에 대해서는 시효를 적용치 않는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과거 반인류적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도피, 시간만 지나기를 바라는 범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단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투영된 특별법이었다.
이탈리아도 비인도·반인류적 범죄에 대해 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케이스. 지난 44년 나치장교로 이탈리아 양민 335명의 집단학살을 지시했던 82세의 전범을 최근 아르헨티나로부터 인도받아 기소절차를 밟고 있다. 2차대전당시 로마주재 나치장교로 악명높던 에리히 프리브케라는 이 노인은 종전뒤 위조여권을 이용,아르헨티나에서 은신해 왔는데 자신의 공소시효가 끝난 줄 알고 미국TV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결국 역사의 심판대에 서게 된 것이다.
헝가리와 체코등 동구권에서도 공소시효는 과거를 청산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지난 89년 동구권 탈공산화의 선두에 섰던 헝가리는 93년 중반 시효정지 특별법을 제정, 지난 56년 반소 봉기를 유혈진압한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처벌작업에 들어갔다. 헝가리정부가 이 사건을 사법처리하게 된 데는 93년11월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에 크게 힘입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56년 시민봉기의 유혈진압은 비인도적 범죄로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체코도 93년7월 의원입법으로 지난 48년부터 89년까지 공산통치기간에 발생한 부정부패와 정권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철폐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초에는 68년 프라하의 봄때 소련 침공군에 협조한 전공산당 고위간부 5명이 반역죄로 기소됐다. 이들은 「정치보복」이라며 위헌제소도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반민족적 범죄에 관해선 공소시효가 계속 유효하다』고 판결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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