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공정거래관행 정착 정도경영 확립”LG그룹은 28일 오너(창업주)가족을 포함하여 대주주 및 계열사임직원(부장급이상)등과 관련된 특수거래선의 현황을 조사, 납품과정에서의 특혜를 전면 배제키로 했다.
구본무 LG그룹회장은 이날 정례사장단회의에서 『정도 경영을 확립키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관행의 정착이 급선무』라며 『그룹감사실 및 각 계열사 감사실을 주관으로 12월말까지 조사를 끝내라』고 지시했다.
재벌그룹이 「특수거래선 등록관리제」를 시행, 납품과정에서의 특혜를 스스로 청산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벌그룹과 오너 친인척등의 특수거래는 재계의 오랜 관행으로 중소기업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룹 관계자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특혜가 주어진 것으로 확인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한 문책이 가해질 것』이라며 『구씨 허씨등 오너가족과 관련된 거래선도 이번 조치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구회장이 직접 밝혔다』고 강조했다.
LG그룹은 현직 부장이상 모든 임직원의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가 직접 운영하거나 친인척 또는 추천인이 운영하는 업체로서 원부자재납품이나 설비공사등을 담당하는 모든 구매거래선을 관련 임직원 본인이 자진신고토록 했다. 또 대주주 본인이나 대주주의 친인척, 퇴직임직원이 운영하는 업체의 경우 연간 거래금액이 1억원이상인 업체는 각 계열사의 구매담당 임원이 관련업체를 조사하도록 했다.
LG그룹의 기존 거래선은 등록업체만 7,000여개에 달하며 미등록업체를 합하면 1만개가 넘는다. LG그룹은 이번 조사의 신고대상에 오퍼상과 에이전트도 포함할 방침이다.
◎해설/재계성역 「가족온정주의」 스스로 청산/소유·경영분리등 재벌 개혁방향 실마리 제시
LG그룹이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를 개혁키로 한 것은 재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벌그룹의 불공정거래관행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재벌 스스로 업계의 고질적인 구악을 청산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LG그룹의 내부개혁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등 재벌이 안고 있는 문제해결의 실마리역할을 하면서 앞으로 재벌의 개혁방향을 제시해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은 오너친인척 기업과의 비정상적인 납품거래를 성역시하고 있다. 품질이 다소 떨어지거나 가격이 비싸더라도 단지 오너친인척 기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납품을 받는 「가족 온정주의」가 일반화해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가족온정주의는 선의의 기업으로부터 납품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 우리경제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의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재벌그룹이 우리나라 전체의 실물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그룹들이 가족온정주의에 매달려 있다는 것은 국가 전체의 경쟁력강화에 있어 큰 제약이 아닐 수 없다.
재계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가족온정주의를 청산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전문경영인들은 오너친인척에 대한 특혜를 없애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성역」을 건드리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그룹총수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추진하지 않는 한 가족온정주의 청산의지는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3세대 재벌총수로 재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구본무 LG회장은 『친족이라 해서 특혜를 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회장이 재계의 해묵은 과제인 가족온정주의를 과연 청산할 수 있을 것인지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이백만 기자>이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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