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이 좋은 친구는 항시 주변을 즐겁게 한다.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말의 속도, 강약의 리듬, 여기에 다소의 허구라는 양념을 가미해 흥미를 고조시켜나가기 때문이다.비단 사람들의 대화에서 뿐만이 아니다. 음악에서는 변주곡이 이와 상통할 것이다. 음악의 변주능력은 창작능력과 직결될 만큼 중요한 것이다. 「변주」(Variation)란 악곡을 뜻하기도 하지만 작곡에 있어서 기본적인 기법의 하나로 매우 폭넓게 쓰여진다. 그러나 철저하게 이 기법에 의한 「주제와 변주」의 예로는 스페인의 춤곡인 「샤콘」을 들 수 있다. 또한 이 형식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바로크음악의 한 형식인 「파사칼리아」도 좀 느린 3박자계열의 변주곡이다. 형식으로서의 변주곡은 16세기초에 생긴 것으로 주선율에 대위법적인 장식성부를 부과하는 것이 주된 수법이었다. 시대가 흐르며 「변주곡」에는 실로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되고 적용되어 왔다. 주제의 중요한 음을 살려가며 멜로디를 재미있게 꾸미는 것과 원래와는 다른 화성을 붙이는 것, 리듬과 박자를 변화시키는 것, 장조의 밝은 분위기를 단조로 어둡게 채색하는 것등이다.
베토벤은 변주곡을 최고도로 발전시킨 작곡가의 한 사람이다. 디아벨리의 왈츠를 주제로 한 33개의 변주곡을 비롯, 희가극의 아리아나 발레음악, 행진곡등 그의 변주곡 소재는 실로 다양했다. 모차르트는 역시 변주곡에 솜씨를 보여 주었는데 우리들이 유치원에서 「반짝반짝 작은 별」하고 부르는 동요는 실은 프랑스노래 「아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인 것이다. 딸이 어머니에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일을 고백하는 내용의 노래이다. 하이든의 유명한 현악4중주 「황제」 제2악장에는 그가 작곡한 「황제찬가」가 다양한 변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마음에 드는 선배작곡가들의 선율이 있다면 언제고 이를 자신의 변주곡으로 만들 수도 있다. 브람스의 「파가니니변주곡」이나 라흐마니노프의 「쇼팽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 외에도 많은 작곡가들이 남의 작품을 빌려 변주곡을 썼던 것이다. 위풍당당행진곡으로 잘 알려진 엘가는 「수수께끼변주곡」을 통해 14명의 친구들의 성격을 암호와 부호로 단 이색적인 변주곡으로 내놓기도 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예상보다 까다로웠다고 한다. 암기식의 단답형이 아닌 사고의 변주능력을 중요시한 결과다. 클래식을 들으면 논리성이 생긴다는 것은 이처럼 음악이 논리적 구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탁계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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