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95」 출시전 홍콩선 이미 단2∼10불에 거래1억7,500만달러라는 사상최대의 제작비로 화제가 됐던 케빈 코스트너주연의 「워터월드」가 미국내에서 개봉된 것은 지난 7월28일이었다. 그러나 모스크바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몇몇도시의 많은 주민들은 미국인보다 수개월 앞서 이 영화를 감상했다. 미처 편집과 녹음이 완료되기도 전에 도난, 유출된 필름이 불법비디오로 제작돼 길거리에서 날개돋친듯 팔린 것이다. 올해 최대의 히트상품으로 꼽히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95」 소프트웨어도 출시되기 전인 8월께부터 이미 홍콩 중국등에서 2∼10달러의 가격(미국내 판매가 90달러)으로 해적판이 거래되고 있었다.
◎오락 컴퓨터분야 피해 가장심각 “중서만 10억불”/의류서 중공업부문까지 불법복제 활개 “골머리”
지적재산권관련 산업은 93년 미국의 무역적자를 458억달러나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될 만큼 미국경제의 효자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상무부에 의하면 미국지재권산업의 연간 생산규모는 3,586억달러에 이른다. 미국경제가 91∼93년에 2.7%성장한데 비해 지재권산업은 5.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재권관련산업이 성장하는 것과 발맞춰 지재권침해산업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지재권보호체계를 갖추고 있는 미국이지만 해적제품의 범람을 막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오락 컴퓨터산업은 지재권침해에 대한 피해의식이 가장 심각한 분야다.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미국영화협회(MPAA)는 미국영화산업이 불법복제로 인해 입고 있는 피해는 전체매출액의 8%수준인 2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추산한다. MGM영화사 지적재산권담당 부사장 마리아 엔젤레티씨는 『불법복제비디오는 가내수공업형태로 복제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백대의 복제기계를 갖춘 공장에서 24시간 풀가동, 대량생산하는 등 해적제품생산이 점차 조직화·대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범죄조직이 제작, 배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구 동구권이나 이탈리아같은 국가를 통해 불법복제비디오가 미국을 포함한 세계시장으로 유출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미국업계의 인식이다.
미국이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아직도 「돈주고 사는 사람이 바보」라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호주 영국 스위스 핀란드 덴마크 등 서구 선진국의 경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이 50%미만이고 일본의 경우도 현재 사용중인 소프트웨어 가운데 67%가 불법복제된 것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특히 자본주의적 법체계가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구 사회주의권 국가내의 지재권침해사례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것이 미국측의 시각이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국제 지재권동맹(IIPA)은 오락 컴퓨터산업분야의 해적제품으로 인해 지난 한해동안 미국은 중국에서만 10억달러, 소련에서 8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해적제품의 생산·유통은 국경 바깥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95년 5월 「컴퓨터월드」지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내 첨단정보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 47%가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사용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상용소프트웨어동맹(BSA)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불법소프트웨어 비율은 35%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28억 7,600만달러로 미국은 세계최대의 해적판소프트웨어의 천국이 되고 있다.
오락 컴퓨터산업분야의 지재권침해사례가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지만 해적제품이나 지재권침해는 오락 컴퓨터산업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류 가방 완구 등 소비제품은 여전히 해적제품의 가장 주요한 타깃이 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세관은 지난9월 75만달러어치의 의류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5만5,000달러어치의 의류 잡화를 내전중인 보스니아로 보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통관절차에서 압수된 해적제품을 주체할 수가 없어 생각해낸 고육지책이었다. 수년전에는 타사상표를 부착한 위조부품이 항공기 제작사와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회사에 납품돼온 사실이 적발되기도 하는등 중공업분야에까지 해적제품은 손을 뻗치고 있다. 전산업에 걸쳐 지재권침해사례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이다. 『닌텐도의 가장 큰 경쟁자는 「세가」나 「소니」 가 아니라 해적제품』이라는 닌텐도사 법률고문 린 흐배솔씨의 말은 이처럼 안팎에서 품목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는 지재권침해에 대한 미국업계의 우려를 엿보게 한다.<로스앤젤레스=김준형 특파원>로스앤젤레스=김준형>
◎국가별 침해액/일 12억6,500만불 “최대” 한국은 3억5,600만불 추산
미국 통상법의 소위 「스페셜301조」는 「자국내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인 지적재산권 보호책을 시행하지 않거나 미국의 지재권 관련산업의 시장접근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를 조사, 매년 공표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명단에 포함된 국가에 대해서는 60일간의 조사(90일 연장가능)를 할수 있다. 조사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무역보복조치를 할수 있다. 강대국의 일방적인 횡포라는 비난속에서도 이 법은 미국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에 의해 실질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페셜301조」에 의해 올해 「가장 지재권침해가 심각한 국가」로 지정돼 우선감시대상국명단(PWL)에 오른 나라는 브라질 그리스 일본 인도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7개국과 유럽연합(EU)이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미국내 지적재산권 관련 업체들의 모임인 국제 지적재산권동맹(IIPA)자료에 의하면 이 가운데 지재권침해로 인해 미국에 가장 피해를 끼친 나라는 일본이다. 피해추정금액은 12억6,500만달러. 다음으로 브라질(4억3,800만달러)에 이어 한국(3억5,600만달러)이 세번째로 올라있다.
전체 피해금액이 파악 안된 EU를 감안하면 한국은 미국이 네번째로 주목하는 지재권 침해국가인셈이다.
최근 지재권침해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피해금액으로 보면 8억달러를 넘어서 한국이나 브라질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영향력이나 최근의 정치적인 관계를 고려, 감시대상국(WL)에 넣어두고 있다.
◎미·중 현안 지재권/중,해적판 200만건 적발통보 미선 불신/내년 재협상 앞두고 통상마찰 비화할듯
지적재산권보호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유난히 신경을 쓰는 나라가 중국이다.
이 문제는 중국의 인권문제와 더불어 미중관계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원하는 중국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지재권보호문제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올해초 중국의 지재권 침해에 대해 보복조치와 함께 스페셜301조를 적용하라는 국제지재권동맹(IIPA)의 요청에 따라 중국측과 협상을 벌여 지난3월 ▲해적판공장 적발 ▲철저한 처벌 ▲시장접근개선등의 3원칙에 합의했다. IIPA는 중국내에서 올 한해의 피해액이 10억달러에 이른다고 지적,내년2월의 재협상을 앞두고 실태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피해액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지재권침해가 음악용 CD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컴퓨터용 CD 롬과 레이저 디스크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IIPA는 주장한다.
중국정부는 미국에 대해 합의이후 200만건의 해적판을 적발했으며 위반자를 형사조치했음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IIPA는 중국에선 연간 7,000만건의 침해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낮에는 합법조업하지만 밤이면 해적판제조공장으로 둔갑하는 공장이 있다고 중국측의 단속에 불신을 표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브라운 상무장관은 『중국측이 지재권침해에 대한 벌칙등을 설정했으나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면서 『지적재산권문제가 통상마찰의 요인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중국측이 노력해주길 기대한다』고 완곡한 표현으로 중국의 협력을 요망했다. IIPA 실태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지재권문제는 미중 통상마찰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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