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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족(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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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족(장명수 칼럼)

입력
1995.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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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을 현대적 시각에서 그린 TV드라마 「장희빈」이 얼마전 큰 인기를 모은 적이 있는데, 요즘 젊은 여성들중에는 「장희빈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애교와 서비스로 남편을 완전히 사로잡은후 앙칼지게 남편을 조종하여 원하는 바를 모두 얻어내는 아내가 바로 장희빈족이다.장희빈족은 처음에는 상냥하기 그지없고, 남편이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민첩하게 헤아려 척척 대령하지만, 아들 딸 낳고 살면서 남편을 휘어잡았다고 판단하면 무자비한 폭군이 된다. 아침에는 늦잠 자느라고 남편 아침밥도 안차려주고, 저녁밥 짓기 싫으면 남편에게 전화해서 퇴근길에 햄버거 몇개 사오라고 지시하고, 남편이 불평하면 주부노릇이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꽥 소리지른다.

장희빈족은 자기자신을 위해서는 부지런하다. 운전과 수영 정도는 필수고, 형편에 따라 스키나 골프도 한다. 여성고객들을 겨냥한 분위기 있는 식당, 근교의 경치좋은 길을 드라이브 하다 들를 수 있는 음악카페, 신용카드만 있으면 쇼핑할 수 있는 백화점등 여자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 장희빈족들은 소비만 하는 게 아니고 증권과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거나 잃기도 한다.

남편은 속수무책이다. 그전 같으면 부부 싸움을 하고 월급봉투를 안 내놓는 것으로 아내를 골탕먹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림없다. 월급은 만져보지도 못한 채 통장으로 들어가고, 통장은 아내가 가지고 있으니 자기 용돈까지 타 써야 한다. 계를 들고 집을 마련하고 좀더 큰집으로 이사도 가는 중요한 일들은 대개 아내가 처리해 왔으므로 중간에 경제권을 되찾으려 해도 영문을 몰라 잘 안된다.

숙종은 임금님이라 만사를 자기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었다. 장희빈에게 홀려서 그를 왕비로 삼고, 착한 인현왕후를 몰아내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장희빈이 날로 오만방자해지자 후궁으로 강등시켜 사약까지 내렸다. 그러나 임금님이 아닌 오늘의 남편들은 아내가 아무리 장희빈처럼 굴어도 내칠 수가 없다. 폭군같은 아내와 잘 지내려면 아예 노예가 되거나, 성인군자가 되거나, 속을 푹푹 썩으며 참는 수밖에 없다. 장희빈족의 남편은 대개 늙을수록 신세가 가련해 진다.

남편들의 단점이 가지가지이듯이 아내들의 단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결혼하기 전에 그 단점들을 짐작하기는 매우 어렵고,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는 것은 「팔자」라고 한다. 그러나 장희빈족이 될 수 있는 기질이 따로 있다면, 그들에게 홀려 마음을 뺏기는 남자들의 기질도 따로 있는 게 아닐까. 장희빈족 아내가 좋다면 남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싫다면 보통이상의 애교, 보통이상의 서비스를 조심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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