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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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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김기택

입력
1995.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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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폭력이 만나는 육체통해 감추어진 이미지 표현하고 싶어”「툭, 몸 안에서 무엇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걸음이란 발이 어느 곳을 향해 가는 행위가 아니라/단지 한 발이 밀어올린 몸뚱이가 앞으로 쓰러지지 않도록/다른 발이 얼른 와서 받쳐주는 것/…가는 곳을 모르는채 걸음은 그치지 않고 간다/텅 빈 이 커다란 무게를 지고」(「실직자」).

제14회 김수영 문학상(민음사 제정) 수상자 김기택(38)씨는 범상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물의 미세한 움직임을 민감하게 포착한다. 그래서 사물의 감추어진 모습을 드러내는 데 능숙하다. 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내놓은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등 두 권의 시집에서 육체를 소재로 한 강력한 관찰의 힘은 시를 통찰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있다.

「안데스산맥에서 발굴되었다는/한 잉카족사내의 미라는/…//익을수록 흙의 색깔과 향기에 가까워지고 있다/질기고 고집 세고 냄새만 풍기던 육체는/익을수록 흙의 색깔과 향기에 가까워지고 있다/음식물을 집어 넣고 분비물을 배설하던 그 폐허에는/이끼와 나무 그리고 들풀의 뿌리들이 기웃거리고…」(「천년동안의 죽음」).

그가 육체라는 이미지를 고집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육체는 생명과 폭력이 만나는 자리입니다. 생명마다 그 안에 있는 아름다움과 폭력으로 변질된 육체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습관, 행동, 말이 폭력에 의해 변질되고 그것이 사람마다 고정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런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물 들여다보기의 진지성은 한편으로 그의 시가 산문적이라는 것과 등을 맞대고 있는 듯 하다. 『전통적인 시의 형식에는 충실하지 못하다』는 자인처럼 운율이라는 시의 고전적 묘미를 추구하는 일은 그에게 하나의 숙제일 것이다. 김씨는 93년 두해 연상의 시인 이진명씨와 결혼했다. 여리고도 섬세한 시어와 깊은 사려가 돋보이는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등 시집을 낸 이씨와 김씨의 시들은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대상을 보는 성실함은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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