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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정책의 혼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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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정책의 혼란(사설)

입력
1995.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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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태­5·18을 일으킨 정치군인들을 징벌하기 위해 5·18특별법을 제정키로 한 김영삼대통령의 결정은 역사를 바로 잡고 민족의 정기를 회복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라는데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그 명분을 십분 인정하면서도 과연 그같은 결단을 비자금규명 요구로 들끓고 있는 이 시점에 전격적으로, 또 폭탄선언 형식으로 발표했어야 하는가에는 적지 않은 회의를 느끼고 있다. 국민의 심경은 실로 혼란스럽고 어리둥절 하기만 한 것이다.사실 5·16이후 역대 정권들은 이른바 민심장악과 분위기 일신을 목적으로 중대발표­충격요법을 밥먹듯 되풀이 해왔지만 효과도 미미했을 뿐더러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했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바로 문민정부가 본의건 아니건간에 충격요법을 구사한 데 대해 국민은 당혹해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5·18특별법 제정이 혼선을 느끼게 하는 것은 김대통령이 일찍이 「역사의 심판에 맡기겠다」고 했고 바로 4개월전에 검찰은 5·18주동 및 관련자들에 대해 「공소권 없음」이라고 결정했음을 기억하고 있는데 하필 비자금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서둘러 이 결단을 내렸다는 점이다.

더구나 김대통령은 「역사와의 대화」를 통해 내린 결단이라고 하나 제정할 특별법의 합헌성 여부와 헌법재판소의 평의 결과와의 관계 및 기본방향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채 전격지시를 함으로써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비자금시국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 아닌가」 「헌재가 공소권없음 결정을 취소하는 쪽으로 기울자 선수를 친 것 아닌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 아닌가」등 갖가지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우선 중대결단에 사전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여당부터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 먼저 특별법에 담을 공소시효등 내용에 대해 뚜렷한 방침이 없는 것도 그렇고 처벌의 범위등에 대해 잡음만 일으키면서 구정권인사들의 대대적인 물갈이설로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국민은 중대발표­충격요법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 치밀한 사전준비의 결여등으로 갖가지 후유증을 적지 않게 체험하고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중요한 국정현안일 수록 국민에게 정책방향을 널리 알려 공론화해야 하고, 아무리 긴박한 사안이더라도 사전 검토를 충분히 하여 후환을 없애야 하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문민정부답게 정책심의와 결정, 그리고 고지방법을 과감하게 탈피, 개선해야 한다. 국민을 충격요법으로 감동시키고 또 이끌어 가는 시대는 지났다. 모든 것을 알리고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 실천에 옮길 때 더 많은 성과를 얻게 되며 나아가 김대통령이 다짐한 「예측가능한 정치」도 이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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