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이상 전국민을 분노케하고 나라를 온통 들끓게 했던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문제가 갑자기 쑥 들어간 느낌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폭탄선언과도 같은 5·18특별법 제정지시로 비자금문제가 하루아침에 가려져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한결같은 바람은 비자금수사가 5·18특별법 제정문제에 의해 어떠한 영향도 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12·12를 역사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5·18특별법 제정에 극력 반대했던 정부가 돌연 태도를 급전환한 데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이 없다. 단지 노씨 비자금사건으로 어지러워진 정국의 국면전환용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5·18과 비자금은 전직대통령이 간여된 반국가적 행위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오랫동안 독립성, 중립성을 외면한 채 국민의 불신의 대상이었던 검찰이 모처럼 노씨 비자금사건을 파헤치는데 일련의 노력을 해온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자금수사결과는 만족할만한 것이 못된다. 노씨가 조성했다는 5천억원중 30개재벌에서 2천3백58억여원만 규명했을 뿐이고 더구나 사용내역은 하나도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물론 노씨가 잇달아 거짓말을 일삼고 특히 말썽많은 대통령선거지원자금등 정치권에 대한 지급내역은 「가슴에 묻고 가겠다」고 함구하여 수사가 쉽지않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검찰은 노씨등이 함구해도 비자금을 규명할 방법이 있다고 자신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노씨비자금의 조성은 절반정도만이 확인되고 그나마 대선지원자금은 단 한푼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달 5일 노씨에 대해 기소 직전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검찰의 예고는 어리둥절케 한다. 더구나 국민은 5·18특별법 제정결정을 공감하면서도 이것이 비자금을 적당히 덮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만의 하나 그런 의도가 사실이라면 중대한 오산이 될 것이다.
비자금문제는 어떤 사안, 어떤 중대선언으로도 덮어져서도 안되며 덮어질 수도 없는 것이다. 이 불법자금을 어떻게 모았고 이 자금을 어느 후보 어느 정당에 얼마가 흘러들어 갔는가가 밝혀져야만 깨끗한 정치풍토도 또 정국안정도 이룰 수가 있을 것이다. 불법과 부패는 일시적으로 덮을 수는 있어도 진실까지 덮을 수는 없다. 비자금수사의 결과여하는 검찰의 위상과 신뢰에 직결될 뿐아니라 자칫하면 정국·시국불안의 새 요인을 만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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