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와 부정부패라는 한국 현대사의 악순환을 뿌리뽑겠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칼은 이제 그 심장부를 향해 가고 있다. 노태우 전대통령이 부패혐의로 수감된지 9일만에 나온 5·18특별법 제정발표는 이 나라를 13년간 통치했던 「성공한 쿠데타」를 처단하겠다는 결단이다. 이로써 5·6공의 전직대통령들은 사법처리를 피할수 없게 됐다.김영삼대통령은 취임후 3년동안 중요한 개혁조치들을 과감하게 추진해 왔다. 공직자 재산공개·금융실명제·토지실명제 등은 정치적으로 계산된 수순에 의해 진행돼왔고, 그 최종목표는 불행한 역사의 청산이었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그는 쿠데타 세력과 손을 잡고 대통령이 되었으나, 군사독재아래 민주화투쟁을 하며 국민에게 다짐했던 약속을 하나하나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과감한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취임초 90%이상으로 치솟던 그의 인기는 계속 하락해왔다. 많은 사람들은 그 이유가 그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이라고 말한다. 「뛰어난 감과 정면돌파」라는 그의 특기는 독선과 권위주의, 국면전환을 위한 정치적 계산을 수반했고, 「3당합당의 아들」이라는 출생의 약점은 「피해가기 사정」이나 「표적사정」이라는 제한을 불가피하게 했다. 그는 주머니속에 개혁카드들을 준비해두고 필요할때 마다 한개씩 터트려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한다는 비난도 듣고 있다.
그러나 5·18특별법 제정으로 「성공한 쿠데타」를 단죄하겠다는 그의 결단앞에서 그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전적으로 옳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누구도 엄두를 내기 힘든 벅찬 싸움을 하고 있다.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그는 지금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자신의 스타일을 극복해야 한다.
5·18특별법 제정의 결단을 내린 이상 그는 야당과 재야의 주장을 폭넓게 수용하고, 특별검사제도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는 이 불행한 과거가 국민을 분열시키지 않도록, 앞으로 나가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지않도록, 내용도 외형도 공명정대해야 한다. 5·18에 대해서 이미 「공소권 없음」이란 결정을 내린바 있는 검찰이 다시 이 사건을 맡는다는 것에 대한 저항은 당연한 것이다.
5·18처리에서 대통령이 얼마나 국민의 지지를 얻느냐는 것은 개인적인 인기의 차원이 아니라 정국안정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없이 이 벅찬 싸움에서 이겨 홀로 영광받을 수는 없다. 이번 조치가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등의 의혹들을 서둘러 풀고, 역사청산의 칼을 공명정대하게 사심없이 써야 한다. 개혁을 지지하는 국민들 앞에 겸허하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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