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사태나 5·18민주화운동은 우리 모두의 역사적 아픔이자 엄청난 상처다. 이런 중대한 역사적 문제의 현실적 해법을 놓고 우리는 문민정부출범후의 짧은 기간에도 심한 우여곡절과 혼란을 겪어온 게 사실이었다.이제 그런 혼미끝에 특별법을 제정해 관련자들을 단죄키로 한 것에 대해서는 새삼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하지만 이제와서야 내려진 이번 결정이란 게 정치적 발상에 의한 사법적 판단과 법리의 반전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없지않다. 때문에 법리와 사법적 모순을 무리없이 정리하고 올바른 논거를 갖춰야 하는 현실적 과제들을 안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먼저 정부당국의 이번 결정과 삼권분립원칙에 따라 고유의 판단권능을 가진 헌재등 사법부결정과의 관계설정 문제부터가 제기된다 하겠다. 당초 검찰의 공소권없음 결정에 대한 위헌여부판단을 헌재에 구하고 있고, 엊그제의 7차 평의과정을 통해 사실상 위헌이라는 결정쪽으로 결론이 난 마당에 그걸 기다리지 않고 정치적으로 앞질러 특별법제정결정을 내린 게 온당하느냐는 점부터 시비거리가 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특별법제정 자체를 결정한 단계에서 누구 누구는 처벌하고 누구 누구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등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단죄마저 불사하는 것은 법치이전의 국정수행 수준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 하겠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설땅이 없어진 검찰을 어떻게 하느냐는 자못 심각한 사안이다. 같은 입으로 지난 7월에는 『공소권 없음』이라고 했다가 이제와서는 『단죄할 수 있다』는 오늘의 검찰을 그대로 둔채 법질서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현실적 곤혹스러움을 떠나 법리상으로도 문제가 결코 간단치가 않다. 헌법에 분명히 규정되어 있는 소급입법의 금지 및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특별법을 어떻게 조화·절충시키느냐는 점부터가 예사과제가 아니다.
여권에서는 소급입법 근거마련을 위한 헌법개정없이 공소시효의 정지나 기산시점에 관한 특별법규정과 현행법만으로 빠른 시일안에 손쉽게 돌파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또한 야권과 일부 학계에서는 헌정질서파괴 및 국민학살행위에는 공소시효가 적용될 수 없다는 논리를 제시하고도 있다.
한가지 분명히 지적해 둘 것은 12·12나 5·18사태의 단죄의지가 더욱 명분을 얻으려면 그에 걸맞게 법절차나 현실적 준비과정을 철저히 갖출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법리문제를 명확히 해둘 특별법제정의 진지한 공론화과정이나 사법적 검토가 아예 없었거나 충분하지 못했던건 실로 아쉽고 유감스럽다 하겠다.
무릇 어떤 국사이든 그 수행에는 확실한 원칙과 법 근거가 있어야 하고 앞뒤가 맞아야 한다. 이번의 특별법 제정에 있어서도 그런 원칙이 더욱 겸허히 지켜져야만 그 뜻이 깊어지고 나라 살림살이 질서도 잡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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