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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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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 문주란 주현미 문희옥. 현재 한국트로트 가요계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여자가수들이다. 이들이 25일 저녁 한 TV방송의 가요프로 10주년 기념쇼에 자리를 같이했다. 사회자의 말처럼 이들의 합동공연은 정말 무대가 꽉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날 무대는 10년동안 신청이 많았던 베스트 1백곡을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네가수의 곡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뜻밖에도 「엘레지의 여왕」이미자씨가 자신의 노래는 평소 이러한 순위에는 많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해 놀라게 했다. 대표적인 히트곡인 「동백아가씨」등이 심의에서 금지곡으로 낙인찍혀 한동안 부르거나 음반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20, 30, 40, 50대에 저마다 독특한 음색을 지닌 네가수가 서로 바꿔 부르는 노래나 합창은 트로트가요의 진수를 아낌없이 맛보게 했다. 네가수의 발표곡도 그러했지만 소위 흘러간 노래는 더욱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지난 것을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묘한 정감마저 살아났다. ◆10년동안 신청이 가장 많았던 상위 다섯자리를 차지한 것도 「꿈에본 내고향」 「비내리는 고모령」 「찔레꽃」 「울고넘는 박달재」 「황성옛터」등 모두 흘러간 노래였다.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흘러간 노래가 이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까닭은 무엇일까. 국민들의 정감을 꼬집어낸 감칠맛나는 멜로디와 시처럼 뛰어난 가사때문이 아닐까. ◆음반 사전심의제가 폐지됐다. 그동안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던 장막이 걷힘으로써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됐다. 흘러간 노래를 웃도는 명곡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가요계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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