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족쇄 벗고 세대교체 가속/개각·총선서 새인물 대거 발탁/「대화합」 큰틀은 뒤집지 않을듯김영삼 대통령은 「5·18특별법제정」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특유의 정공법으로 향후 정국을 헤쳐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해법은 노태우 전대통령의 축재비리 사건을 『과거의 잘못된 정치관행에서 비롯된 개인비리』로 규정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즉, 노씨 비리도 부도덕한 군사정권이 만들어낸 정경유착의 풍토위에서 가능했기 때문에 과거청산작업은 결국 군사정권을 탄생시킨 80년 신군부의 쿠데타까지 대상으로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대통령도 25일 김윤환 민자당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특별법 제정취지는 쿠데타와 부정부패등 잘못된 역사행태의 청산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역사바로잡기 작업은 물론 그 자체로 갖는 의미도 크지만 정치적으로는 역시 세대교체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미 노씨 비리사건이후 야권의 대선지원금 공세에 대해서도 『검찰수사를 통해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비자금으로 축재한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는 차별성을 확실히 한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5·18문제를 털어버림으로써 이제 명실상부하게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노씨의 구속에 이어 전두환전대통령도 사법처리하는 수순으로 「과거와의 단절」을 완성한 김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힘을 쏟을 대목은 당연히 정치권의 세대교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던 정계개편이 드디어 가시화하는 것이 아니냐며 긴장하고 있다. 특히 여권내에서는 당장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폭의 물갈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인위적 세대교체보다는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를 통한 세대교체의 방식을 선호하는 것같다. 한 측근은 이와 관련, 『김대통령은 과거 군사정권이 시도했던 인위적 세대교체의 잘못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뿐아니라 국민의 대부분이 세대교체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대통령의 전체적인 정국운영 스타일도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대의 정국뇌관인 5·18문제까지도 정면돌파한 만큼 건드리지 못할 성역은 더이상 없다는 얘기이다. 정치권의 긴장은 여기서 출발한다.
반면 김대통령은 최근 「5, 6공 참여인사와의 단절설」을 수차 부인해 지난 6·27 지방선거의 패배이후 「대화합」에 두었던 정국운영의 큰축마저 뒤집지는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민자당지도체제 문제에 관련, 김대표와의 면담을 통해 재신임의 모양새를 갖춰준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김대통령은 자신이 지시한 민자당의 당명개칭을 사실상 「제2의 창당」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내달 중순께로 예상되는 개각이나 연이어 있을 15대 총선공천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문제를 털어버리고 국민에게 새로운 정당을 선보인뒤 총선에서 심판을 받겠다는 김대통령의 생각이 향후 정국상황에 어떤 식으로 접목될지 관심이다.<신재민 기자>신재민>
◎“환영”서 하루만에 비판 목소리/야 “화 사전차단” 대여 강공 전환/대선자금·「말바꾸기」 부각… 구여흡수도 노려
김영삼 대통령의 5·18특별법 제정결정을 보는 야권의 시각이 비판쪽으로 옮겨갔다. 야권은 김대통령의 전격적인 발표가 나온 24일에는 상황판단을 못한듯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일단 환영기조의 논평을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불과 하루만인 25일부터 야권, 특히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전날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회의의 경우, 5·18에 대한 김대통령의 잦은 「말바꾸기」를 집중 부각시키면서 김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그동안의 핵심쟁점인 김대통령의 대선자금문제를 계속 추궁했다. 이와함께 김대중총재는 「재판후 사면」입장을 밝혀 여권의 「단죄론」과 대조를 이뤘다.
또 당초 특별법제정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자민련도 5·18뿐아니라 김대통령의 대선자금문제도 조사하는 특별검사제를 주장하면서 야권공조의 필요성도 본격 거론하고 있다.
두 야당의 이같은 입장전환에는 현정국을 보는 몇가지 계산이 깔려있다.
우선 국민회의는 자신이 쟁점화시킨 5·18문제의 정치적 「과실」을 김대통령이 독차지하는 상황을 막기위해 의도적으로 김대통령의 잦은 입장변화를 문제삼고 나선 것같다. 『5·18특별법제정은 김대통령의 「결단」이 아니라 야권과 국민의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한 데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국민회의는 또 김대통령이 이를 계기로 정국주도권을 강화, 대선자금정국을 「호도」하고 「김씨시대 청산」공세등 대대적인 반격을 가해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대선자금공개에 초점을 맞추면서 김대통령의 「부도덕성」을 집요하게 걸고넘어지는 것등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재판은 받게하되 형확정후에는 사면해 주자』는 김총재의 발언은 잠시 수그러들었던 김총재의 구여권포용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 특별법제정을 둘러싼 5·6공세력과 현여권핵심부와의 갈등을 부채질하는 의미도 있다. 김대통령에 대한 5·6공측의 불만이 비등해 있는 상황에서 사면을 거론함으로써 동요하고 있는 구여권세력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는 얘기다.
자민련의 대여강공은 5·16, 5·6공핵심인물들이 당의 주축을 이루고있는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더구나 민자당 강삼재총장이 특별법제정결정직후 공공연하게 「5·16쿠데타」를 언급한 점에 크게 자극받은 것 같다. 「헌정질서를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구창림대변인의 25일 논평에는 이런 속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자민련은 특히 여권이 특별법제정을 계기로 「DJ죽이기」뿐만 아니라 「JP죽이기」작업도 본격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킨 당사자들의 처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들에게 닥칠 「화」를 사전에 차단해보려는 계산에서 대선자금문제, 5·18에 대한 잦은 말바꾸기등 김대통령의 약점을 건드린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특별법제정을 기화로 여권에서 일탈할 가능성이 큰 구여권세력을 흡수하기위한 「대YS차별책」의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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