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을 무사히 넘겨라―」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기업인에 대한 사법처리여부가 다음달 5일 이전에 확정될 것으로 알려지자 재계는 앞으로 1주일이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기업,법률팀 휴일도 가동/일부 구속설 여전 마음 못놓아/시나리오 가정 대응방안 골몰/이미지 회복 다양한 「카드」도 구상
일부 그룹들은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휴일인 26일 법률고문실 자금팀 정보팀등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정상 출근, 법률적 문제를 최종 점검하고 사법처리 대상자와 수위, 타그룹 동향등을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특히 그룹규모에 비해 많은 액수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진 동아 한일 롯데그룹과 삼부토건등은 해외지사및 거래선으로부터 『사실이냐』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냐』는등 문의전화가 빗발쳐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재계는 뇌물을 제공한 24명의 재벌총수에 대한 일괄 불구속기소방침이 유력시되고 있으나 아직도 3∼4명에 대한 구속설이 나돌고 있어 마음을 놓지 못하는 상태. 이들은 남은 1주일동안 뇌물의 「덩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는 없는지, 그동안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소한의 사법처리」로 검찰의 수사방침을 바꿀 수는 없을지, 「불행중 다행」의 결과를 얻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와 함께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를 모두 가정해 놓고 각각의 대응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검찰의 최종 발표결과 뇌물액수와 사법처리와의 「함수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또는 성금액수는 많은데 뇌물해당액이 적은 그룹과 성금 절대액수는 적지만 대부분이 뇌물로 인정된 그룹간에 처벌강도가 다를 경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지 법률적인 검토를 벌이고 있다. 성금과 뇌물의 경계선이 모호한 상태에서 뇌물액수가 많다고 무조건 중징계를 받게되면 그냥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다.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불구속 기소된다 하더라도 그룹총수가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등 앞으로도 상당기간 재계의 「단체기합」은 계속될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걱정도 산더미 같다. 불미스런 일로 자꾸 여론의 주목을 받을 경우 그룹및 총수에 대한 이미지 쇄신에는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재계는 또 기업인에 대한 사법처리가 마무리된 이후 그동안 실추된 재계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모종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판단 아래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삼성 현대 LG 대우등 대부분의 그룹들과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고 깨끗하고 정직한 경영을 위해 재계가 새로 태어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구상중이다.
1년보다 더 길게 느껴질 남은 1주일동안 더이상의 악재가 발생하지 않아 지루하고 어두웠던 「암흑의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게 되기를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대외통상에도 파문올듯/미,「반부패다자간규범」 추진/EU,연말까지 협약마련할듯/OECD·WTO도 도입 움직임
한달 이상 국내 경제의 발목을 묶고 있는 비자금파문은 무역장벽이라는 뜻하지 않은 악재의 빌미가 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으로까지 번진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가 미국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적극 추진되고 있는 부패방지규범의 표적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 전반을 강타하고 있는 비자금파문은 곧바로 통상압력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우리나라 경제를 옥죄는 이중의 덫이 될 전망이다.
반부패규범 제정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 이미 국제입찰 무역거래에 관한 뇌물수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대외부정방지법을 운영해온 미국은 부패행위규제를 위한 다자규범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이 법을 외국기업에도 적용, 국내업체의 피해를 줄이자는 속셈이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이 법으로 인해 미기업이 해외프로젝트 수주에서 일본등 경쟁국은 물론 개도국에도 밀리고 있다며 각국에 대해 부패행위방지규정을 입법화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내년도 통상정책 우선순위에도 반부패 규제를 반영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패에 민감한 유럽연합(EU)도 역내국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말까지 부패협약제정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등 국제기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한국이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지난해 5월 국제무역상 부정행위 근절에 대한 건의안을 최초로 채택한데 이어 97년까지 반부패헌장을 제정한다는 목표아래 구체적 문안작성을 진행중이다. 이밖에 WTO에서도 미국의 입김으로 부정행위방지규정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국제상공회의소도 유사한 규정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반부패 국제규범제정은 독점금지등 여타 공정경쟁분야와 달리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한 규제라는 점에서 수용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며 『부패관행국으로 낙인찍힐 경우 무역장벽은 물론 향후 해외사업도 상당한 영향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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