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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 자조섞인 탄식/발칸평화협상 미에 주도권 빼앗기고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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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 자조섞인 탄식/발칸평화협상 미에 주도권 빼앗기고 울상

입력
199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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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거인,정치는 난쟁이,군사는 벌레”/나토사무총장 선임도 백악관비토에 굴복『경제는 거인, 정치는 난쟁이, 군사적으로는 벌레』

세계무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 본바닥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조차 미국에 끌려다니며 무기력을 드러내고 있는 유럽의 현재 처지를 보다 못한 벨기에의 한 정치가가 내뱉은 자조섞인 탄식이다.

발칸평화협상에서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유럽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사무총장 선택권마저 미국에 고스란히 넘겨주어야 할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여있다. 지난달 20일 뇌물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를 받던 빌리 클라스 전나토사무총장이 사임하자 프랑스가 주축이 되어 유럽주의자인 루트 루베르스 전네덜란드 총리를 후보로 밀었다.

그러나 루베르스는 「백악관 면접」이라는 전례없는 조치를 동원한 미국의 노골적 비토를 견디다 못해 11일 자진사퇴했다. 미국과 유럽의 힘겨루기속에 나토 사무총장의 공석상태가 한달을 넘긴 23일 미국의 페리 국방장관은 우페 엘레만 옌센 전덴마크 외무장관에 대한 지지를 공식선언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프랑스가 이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지만 상황은 미국에 크게 기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번 발칸협상을 성공적으로 종결지어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발언권을 전례없이 강화한데다 군사기구인 나토의 총수선임에서 미국의 의사를 무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보스니아 평화협상의 이행과 관련, 2만여명의 미군을 파견하는 문제가 미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도 유럽이 강력히 반발할 수 없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 한 나토 외교관이 『유럽이 미국의 국내정치에 이끌려가고 있다』고 푸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발칸평화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유럽의 무기력은 유럽인들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유럽은 그들의 「뒤뜰」인 보스니아의 내전을 종식시키기위해 전력을 다했으나 정작 평화협정 조인의 「과실」을 따낸 것은 대서양 너머의 미국이었다. 유럽 특사였던 영국의 오웬경과 칼 빌트 전스웨덴총리등의 보스니아사태 해결노력은 무위로 돌아간 반면 뒤늦게 뛰어든 리처드 홀브룩 미국특사는 내전당사국 지도자들을 미국중부에 「가둬놓고」한편으론 어르고 한편으론 위협해 43개월 내전을 끝내게 했다.

탈 냉전을 맞아 미국의 품을 벗어나 강력한 유럽을 만들겠다는 의욕의 표상인 유럽연합(EU)마저 영국 프랑스등 각국의 이해관계 불일치로 계속 난맥상을 보이고있어 유럽인들의 좌절감은 이래저래 더욱 커지고 있다.<조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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