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0%가 구교도… 나라전체 격론 싸여/대주교 “이혼자 벼락맞을 확률25배” 협박도유럽에서 유일하게 이혼을 금지하고 있는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24일 이혼 합법화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쳐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에 투표에 부쳐진 새 가족법은 파경을 맞은 부부가 최소한 4년 이상 별거해보고도 재결합 가망이 영 없다고 판단되면 이혼을 허용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지금껏 이 나라의 법전에 이혼이란 낱말 자체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것도 혁명에 가깝다.
이 법안을 놓고 아일랜드인들은 1949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가장 치열한 격론을 벌이고 있다. 최근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찬성 53% 반대 47%로 이혼할 권리를 지지하는 쪽이 아슬아슬하게 우세했지만 86년 국민투표에서는 거의 2대 1의 표차로 이혼 불가론이 이겼었다.
존 브루턴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정은 이번에야말로 이혼 합법화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결심인 반면 가톨릭 교회를 비롯한 반대론자들은 전국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집집마다 이혼은 절대 안된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돌리는 등 찬반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이혼은 모든 사회악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아일랜드의 대주교 더못 클리퍼드는 이혼자는 첫 배우자와 백년해로 하는 사람에 비해 벼락맞을 확률이 25배, 교통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3배나 높고 지옥 갈 확률은 100%라며 찬성론자들을 「협박」했다.
중세의 메아리 쯤으로 들릴 법한 이러한 논쟁이 가능한 까닭은 아일랜드의 350만 인구 중 90%가 가톨릭 신자인 데 있다. 결혼은 신이 맺어준 것이므로 인간이 깰 수 없다는 가톨릭의 가르침이 워낙 뿌리깊기 때문이다.
이혼이 불법인 만큼 재혼도 법적으로 안된다. 따라서 첫 결혼에 실패한 뒤 다른 배우자를 만나 새 가정을 꾸미면 합법적인 부부나 가정에 주어지는 사회적·법적 권리와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약 9만명이 이로 인해 불이익과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 나라 최대 정당인 「피아나 페일」의 당수도 그들 중 하나이다.
이혼할 권리를 달라는 이들의 외침이 이번에도 좌절될지 아일랜드의 모든 관심이 투표 결과에 쏠려 있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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