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필귀정” 검찰 “뜻밖이다”/검찰향후파장·대처방안 놓고 촉각/일부 소장검사 당혹감 못감춰민자당이 5·18관련 특별법을 독자적으로 제정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검찰관계자들은 의외라는 반응속에 향후 파장과 대처방안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특히 일부 소장검사들은 검찰결정을 번복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특별법 제정에 대해 당혹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병국 대검공안부장은 『사전에 이같은 움직임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표시하면서도 『5·18관련자들을 처벌하라는 국민들의 소리가 높아 대통령이 이같은 의지를 표현한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최부장은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5·18 불기소처분 취소결정을 내리면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아도 처리할 수 있는데 왜 어려운 방법을 택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18이 새로운 헌법질서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내란여부에 대한 판단없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않는다」고 판단, 「공소권없음」 결정을 내렸지만 헌재가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결정하면 언제든지 실질적인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5·18관련 내란죄 고소 고발사건 주임검사였던 장윤석 인천지검 차장은 『여당이 아직 법안을 내놓지 않아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국회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해 특별법을 만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차장은 또 『공소권 없음 결정만 놓고 볼때 피고소인인 전두환씨등 신군부의 집권을 합법화하고 면죄부를 주었다는 일부 견해가 있는데 검찰결정은 오히려 80년대 정치변혁과정에서 신군부의 집권과정등에 나타난 불법성을 적나라하게 확인, 역사앞에 단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쿠데타 당사자들에 대한 단죄는 있었지만 현행법의 법리때문에 유무죄판단을 유보하고 처벌을 하지 못했다』며 『어느 시대라도 검찰은 현행시점의 법을 적용하는 것이지 미리 특별법의 제정까지 예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당시의 결정이 최선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정희경·이진동 기자>정희경·이진동>
◎광주“늦었지만 당연한 일” 크게 환영/“제정 자체보다 내용 중요” 주문
5·18특별법 제정방침이 알려지자 광주의 5·18단체와 재야인사,시민들은 우선 놀라움과 환영의 뜻을 보였다. 그리고나서 이 발표가 노태우 전 대통령 축재비리파문으로 조성된 위기정국을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시민들은 「사필귀정」「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과 함께 갑작스런 결정배경의 진의를 놓고 의아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수만 5·18 유족회장은 『당연한 조치가 뒤늦게 취해 졌으나 일단은 환영한다. 그러나 이같은 법안이 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회장은 또 『특별법은 제정 자체보다도 그 내용이 훨씬 중요하다』면서 『진상을 공정하고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특별검사제 도입과 관련자를 처벌할 수있는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한다』고 주문했다.
정구선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국민이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5·18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환영하면서『그동안 5·18과 관련된 많은 사실들이 왜곡돼 왔지만 이제는 진실을 심판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관련자를 원칙에 따라 처벌한뒤 용서는 차후에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진요 광록회 회장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사필귀정이며 5·18 주범들을 처벌하는 것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는 일』이라면서『이 시간에도 신성한 국토방위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참군인의 명예를 살리는 일도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형식적인 특별법 제정에 급급하지않고 광주시민은 물론 전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특별법을 제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조비오 광주 봉선동성당 주임신부는 『정의와 진리의 승리이며 광주시민과 국민의 승리』라고 환영한뒤 『특별법을 제정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제정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며 새로 제정할 특별법에는 반드시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송언종 광주시장은 『늦게나마 특벌법 제정으로 진상이 밝혀지고 희생자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환영한다』고 말했다.
송시장은 『사회정의가 실현되고 민족정기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다시는 이 땅에서 군사쿠데타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특별법이 어떠한 방향으로 제정될지 광주시민과 함께 예의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 이관현(37·회사원)씨는 『문민정부가 들어선지 3년만에 이같은 의지가 표명돼 늦은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면서『제정될 특별법에는 광주시민과 전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내용이 담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당수 시민들은 특히 민자당이 독자적으로 특별법을 제정, 광주시민과 국민의 뜻과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번만큼은 여·야를 떠나 온국민이 환영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해 광주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 이곳의 여론이다.<광주=송두영 기자>광주=송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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