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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방식 옳은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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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방식 옳은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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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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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직후면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문제에 대한 출제위원회측의 자체평가는 천편일률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난이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시험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과 일선고교의 평가는 지난해보다 어려웠다거나 또는 보다 쉬웠다는 식이다. 그리고 수험생들의 『어려웠다』는 말이 있은 다음해의 수학능력시험문제는 난이도가 훨씬 쉽게 출제되곤 했다.20년의 학력고사시대에 이어 3년째 실시된 수학능력시험도 한해는 쉽게, 다음해는 어렵게 출제되는 「난이도의 해거리 되풀이」현상이 이번 시험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번 수학능력시험은 어렵게 출제되는 해에 해당됐다.

수험생들은 수리·탐구Ⅰ 영역만이 쉽게 출제됐을 뿐, 언어영역과 수리·탐구Ⅱ 영역에서는 어려웠으며 외국어영역에서도 지문이 길어 어려운 단어가 많았고 영어듣기문제도 작년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한다. 이로 인해 수학능력시험의 평균성적이 5∼9점 낮아지리라는 추정이 나온다. 『난이도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서 유지했다』는 출제위원장의 말이 무색하다.

인문계고교 졸업예정 39만6천여명의 거의 전부와 실업계고교졸업예정 27만8천여명의 절반 이상이 응시하는 수학능력시험의 문제가 해거리식으로 어렵게 또는 쉽게 출제되는 극히 비교육적인 현상이 되풀이되는 원인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시험 한달전에 급조되는 출제위원구성과 그들이 15일만에 출제해야 하는 시간의 촉박성등으로 인해 일선고교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육내용과 학생들의 진짜 학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만한 출제를 하기에는 원천적으로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출제교수 63명과 검토교사 46명으로 구성된 이번 출제본부도 예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출제교수가 평소에 별 관심이 없던 고교교육에 대해 그것을 정확히 측정할 문제를 불과 2주일 사이에 출제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무리일 수밖에 없다. 검토교사들이 문제 하나하나가 일선고교 교육의 실상에 부합되는지를 가려내는 것도 역시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력고사 20년을 포함해 거의 4반세기동안 대학입학시험문제를 국가고사식으로 출제한다는 나라가 해마다 출제본부를 시험 한달전에 급조해 졸속 출제를 되풀이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출제본부를 상설기관으로 하고 전담출제위원을 확보해 문제은행식 출제체제를 갖춰야 한다. 수학능력시험이 고교교육에 미치는 교육적 기능을 생각하면 그것을 갖추는데 드는 예산의 과다가 문제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실질적인 교육개혁의 중대사안이라는 것을 교육부당국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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