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천국보다 낯선」(영화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천국보다 낯선」(영화평)

입력
1995.11.24 00:00
0 0

◎이방인의 눈에 비친 「낙원일수 없는」 미국/“미서 만들어진 가장 훌륭한 유럽영화” 평가「천국보다 낯선」이라는 영화의 수용과정은 별스러운데가 있다. 영화도 상영되지 않았는데 짐 자무시 감독의 이름을 딴 카페가 등장하고, 포스터는 많은 사람들의 소장품이 됐고 또 카페 벽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플로리다의 강렬한 햇살이 흑백의 강한 대조를 만들어내는 이 포스터에는 세명의 주인공(윌리, 에바, 에디)이 모두 선글라스를 쓴 채 등장한다. 이들의 시선은 각각 프레임의 왼쪽, 오른쪽 그리고 밑을 향하고 있다.

이 엇갈린 시선은 포스터 안에 정적, 소외의 느낌을 만들고 이들을 덮칠듯 낮게 깔린 구름은 거기에 비현실성, 어쩌면 초현실적이라고 할만한 톤을 덧붙인다.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사로잡을 만한 구성이다. 거기에다 영화에 삽입된 톰 웨이츠의 재즈음악은 더욱 그들의 감수성을 자극했을 것이다.

낯선 풍경화 속을 배회하는 세 명의 젊은이들은 미국사회의 주변인이다. 윌리(존 루리)와 에바는 부다페스트로부터 뉴욕으로 날아든 이방인들이고 에디(리처드 에드슨)도 미국사회의 국외자이다.

영화 스타일 역시 미국이란 낙원을 동유럽적인 우울한 회색공간으로 재현하고 있다. 흑백필름 사용에 비할리우드적 양식들, 이를테면 긴 페이드 아웃과 극적이지 않는 연기 스타일이 주는 감정이입의 단절, 반응 쇼트의 부재등이 이 작품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가장 훌륭한 유럽영화」라는 평가를 부여했다.

원제가 「Stranger Than Paradise」인 「천국보다 낯선」은 사실「낙원일 수 없는」미국을 가리키고 있다. 3인의 인물들은 즉흥적인 여행을 통해 미국이란 낙원에서의 삶을 느껴보려 하지만, 영화속 에디의 대사처럼 뉴욕에 머물건 클리블랜드나 플로리다를 가건 이들에겐 모든 것이 똑같아 보인다. 자연과 도시, 즉 눈으로 뒤덮인 호수나 뉴욕이나 이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삶의 역동성을 되돌려 주지 못한다.

서울에 처음 출현하는 예술영화전용관「동숭씨네마텍」은 이 영화의 컬트적 위치를 95년의 관객들이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불법 비디오」로 떠돌아 다녔던 이 영화를 필름으로 보는 건 분명 즐겁다.<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