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의 숙원이었던 음반 사전심의제가 폐지된다.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국회통과에 따라 이 제도가 폐지된 것은 영상과 무대예술 및 가요에 대한 정부간섭의 한 구석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작지않다. 앞으로 가요계는 예술적 상상과 표현의 지평을 자유롭게 넓힐 수 있게 됨에 따라 가요문화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를 맞이했다.음반 사전심의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그 실효성보다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 규정이므로 폐지하고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었다. 이 제도가 가요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는 면보다는 통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가요와 음반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그동안의 심의실적을 보면 이 제도 폐지 주장의 당위성을 살필 수 있다. 94년도 음반 사전심의의 경우 국내가요는 4만2천4백38곡중 3곡이, 외국가요는 5만5백23곡중 2백96곡이 각각 반려됐을 뿐이다. 국내가요의 경우 심의 통과율이 거의 1백%에 가까웠는데도 가요계는 심의의 중압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것은 예술적 상상력과 표현을 심의기준에 맞추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요문화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로, 이 제도의 폐지는 당연하며 앞으로 영화심의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대를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 제도의 폐지로 가요문화의 건전육성의 책임은 이젠 가요와 음반업계로 넘어갔다. 당초 개정안은 사전심의를 폐지하는 대신 공연윤리위의 선별적 직권심의 및 명령권을 규정했으나 업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위법여부는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뜻에서 벌칙조항을 전부 삭제했다. 그만큼 가요와 음반업계의 책임이 커졌다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번 서태지와 아이들의 제4집 「컴백홈」파문은 좋은 교훈이 된다. 심의를 받은 가요의 가사를 일부 수정하거나 내용을 삽입해 음반을 제작한 것이 파문의 원인이 됐었다. 수정한 가사등이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면 이해할 수도 있으나 저속한 표현이 그 중심을 이루었다. 이러한 자세로는 사전심의제가 창작의욕과 상상력을 꺾는다는 그 동안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다.
가요계와 음반업계는 이 제도의 폐지를 기뻐하기에 앞서 그 의미를 깊이 새기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지금까지 가요계엔 표절들의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점등을 거울로 삼아 건전가요 육성의 결의를 다지고 왕성한 창작의욕으로 건강하고 밝은 가요문화 창조를 선도해야 한다. 이것만이 아직도 사전심의제에 묶여 있는 영화의 사전심의를 푸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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