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조성했다고 밝힌 5천억원의 비자금이 상당부분 국책사업의 발주와 관련, 리베이트처럼 관행화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돼왔다. 지금까지 검찰조사에서는 돈을 제공한 재벌그룹들이 하나같이 반대급부를 기대하고 준 뇌물이 아니라 정치자금성격의 「성금」임을 강조하고 있어 국책사업관련 뒷거래의 규모가 확연히 밝혀지고 있지는 않으나 비리의 심각성에 비추어 이 부문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노씨의 국책사업에 대한 비자금 징수가 무차별이고 대규모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경제안정, 안보, 국민복지등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직분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국책사업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돈을 거둬들이는 경우 그것이 부실공사의 원초적인 근원이 된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이러한 경우 낙찰에서부터 준공검사에 이르는 전과정에 걸쳐 사업이 규정대로 추진되지 않는 것이 상례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뇌물을 받은 특정업체에 낙찰되도록 하는 것은 엄연히 공정경쟁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당해 기업들은 뇌물로 제공한 돈을 충당하거나 폭리를 얻기 위해 불량자재사용, 설계변경, 중복하청등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 왔던 것이 관행이었다.
대통령이 뇌물을 챙긴 사업은 발주기관이나 감독기관이 규정대로 감리·검사등 일련의 감독을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사는 공사대로 부실화되고 돈은 돈대로 낭비되는 총체적 비리와 부패가 판을 치게 되는 것이다. 국민만 봉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질서의 파괴요 국가기강의 붕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노씨가 뇌물을 받았을 것으로 믿어지는 국책사업중 공소시효가 아직 유효한 90년 10월 이후에 발주한 1백억원 이상의 공사는 규모가 비교적 크고 또한 국가경제나 안보상 중요한 사업들이다. 이 사업들은 한국전력의 원자력·화력발전소사업 7건 8천5백억원, 국방부의 군시설 이전공사등 6건 약7천억원, 석유개발공사의 석유비축기지공사 3건 2천7백억여원, 농어촌진흥공사의 새만금간척사업 4개공구 7천2백억원, 수자원공사의 댐건설공사 2건 3천1백억원등 모두 22건 약2조8천5백억여원에 달한다. 시공업체들로부터 5∼10%의 커미션이나 리베이트를 챙겼다면 1천4백억 내지 2천8백여억원의 엄청난 거금이 되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사업이나 안보사업등 국책사업은 막대한 국민세금이 투입되며 경제·안보상 긴요한 사업들이다. 부실과 낭비가 있어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부정·비리를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