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지각변동 본격 신호탄/합당 유산청산 새정치창출 명분/인적·제도적 개혁조치 잇따를듯정치권의 지각이 꿈틀대면서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첫 지표는 민자당의 당명변경이다. 당명변경은 3당합당의 청산을 의미할 뿐아니라 노태우 축재사건으로 인한 정국혼돈을 정치쇄신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권은 그동안 정국해법을 봉합으로 풀어갈지, 변혁으로 몰아갈지를 놓고 적지않은 고심을 해왔다. 민주계에서는 『정치불신이 극도로 악화하고있는 상황에서 정면돌파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정계에서는 『정국혼돈은 궁극적으로 여당의 부담이다. 정치력을 발휘, 사태의 조기수습이 필요하다』고 봉합에 무게를 실었다. 수습방법의 이견은 보이지않는 신경전,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여권내부의 혼선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김영삼대통령은 당명개칭을 지시, 두가지 해법중 후자를 택했음을 분명히했다. 나아가 김대통령은 당명변경의 명분을 당이미지쇄신, 구시대 정치행태 청산, 새로운 정치창출로 정리했다. 이는 한국 정치사에서 3당합당의 시대적 역할은 마무리됐다는 메시지이자 그 부정적 유산들을 청산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여권 핵심인사는 『집권당이 새롭게 태어나기위해 간판을 내린다는 사실을 유의해달라. 이제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여권의 행보는 기존통념을 뛰어넘는 수준으로까지 줄달음칠 가능성이 높다. 김대통령도 『당명변경은 첫 걸음이다』고 강조, 보다 큰 폭의 쇄신조치들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이 당명변경에 이어 어떤 후속수순을 갖고 있을까. 우선 당정의 전면개편, 국정쇄신책이 뒤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당직자들이나 청와대측은 공식적으로는 『조만간 소집될 전국위원회는 당명변경 외에는 다루지 않는다』고 밝혀 후속조치들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은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자며 당의 간판을 내리는 마당에 인적개편이 없을 수 없다』며 전면적인 개편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 흐름속에서 김윤환대표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도 비상한 관심사이다.
당명변경이 여권내부의 개편만이 아닌 정치권 전체의 변화를 겨냥하고 있다는데도 이론이 별로 없다. 이런 맥락에서 야권의 두 김씨에 가해질 공세도 더욱 치밀해지고 강화할 전망이다. 검찰수사가 야권의 정치행태에도 일정한 충격을 주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말들이 단순한 추측만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이와함께 선거구제, 정치자금법 등 제도적인 개혁조치들도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순탄한 항로를 탈지는 미지수이다. 여권의 정국해법이 야당의 입지와도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권의 변화모색이 성공할지는 당안팎의 도전을 견딜 수 있느냐, 아울러 국민여론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당내 반응/계파·지역따라 기대·불안 교차/“두손 환영” 속 과격변화엔 신중민주계/「물갈이」 가능성에 착잡한 표정민정계
22일 민자당이 당명을 바꾸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당의원들은 계파및 지역여건에 따라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 여권 주류인 민주계는 『당연한 조치』라며 적극 반겼으나 5·6공출신등 민정계는 자신들의 장래를 걱정하며 씁쓸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비자금사건 초기부터 『이번 사건을 정국을 돌파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민주계의 한 의원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계 의원들도 당내동요를 우려한듯 당명개명 이후의 당개혁조치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상당수 민정계 의원들은 3당합당의 마지막 유산이었던 당명이 사라지게 된 상황을 지켜보며 착잡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노태우전대통령 축재비리사건으로 실추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명분에는 동감하면서도 정서적으로는 거부감을 느끼는 듯했다.
특히 5·6공정권하에서 요직에 있었던 인사들은 당명개명이 대대적인 물갈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불안해 하는 인상이 뚜렷했다. 한 중진의원은 『당명개명이 당지도부 개편과 물갈이의 전주곡이 아니겠느냐』며 여권핵심부의 의중에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일부 의원들은 당명개명이후 「과격한」 변화가 뒤따를 경우 여당이 분열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한 재선의원은 『만약 당명개명을 계기로 김윤환대표체제를 흔들 경우 당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향후 당내개혁의 방향에 따라서는 대구·경북등 여당의 입지가 불안한 지역에서 의원들의 동요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민정계라 해서 당명개명을 환영하는 의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류쪽에 편입된 민정계의원들은 『어차피 현재의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당내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노씨와의 단절을 위한 개혁작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명개명이 여권에 닥칠 태풍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인식에는 계파구별이 없었으나 그만큼 기대와 불안도 크게 엇갈렸다.<정광철 기자>정광철>
◎당명변경 절차/전대나 전국위서 의결후 선관위 등록
민자당의 당헌에 규정된 당명개명절차는 간단하다. 당명은 당헌 총칙 제1조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개명은 당헌개정 사항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당대회나 수임기구인 전국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당헌개정은 전당대회의 주요기능이기 때문에 전국위원회의 위임기능에 포함되느냐를 두고 한때 당 중진들사이에 논란이 있었으나 실무진들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민자당은 조속한 시일내에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명을 바꿀 예정이다. 전국위원회 소집은 지난 8월 김윤환 대표위원 임명동의를 위해 열린 이래 이번이 두번째다.
당헌개정은 전당대회 재적대의원 또는 전국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전국위원회 위원 1천3백명의 과반수인 6백50명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당명이 바뀔 수 있다.
이에 앞서 당헌개정은 당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당헌개정안이 당무회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총재나 전당대회 재적대의원 3분의 1이상의 찬성으로 발의된다. 개정된 당헌은 전국위원회 의결즉시 효력을 발생하게 되고 당명개명으로 인한 별도의 지구당개편대회등은 필요치 않다. 개명된 당명을 선관위에 등록하면 곧바로 정식당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
민자당은 22일 강삼재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전국위원회 준비위를 구성, 새로운 당명결정및 당헌개정작업에 착수했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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