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의에서 『개혁을 하면 할수록 국민들의 지지도가 하락하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발언을 했다. 그 발언은 이 시대의 생각있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뼈아픈 발언이다. 그 발언은 이 시대의 상황을 집약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 발언은 표면적 구호와는 달리 내용적으로는 국민화합에 별다른 이바지를 하지 못한 문민정부개혁의 문제점을 너무나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개혁을 하면 할수록 지지도가 하락하는 근본이유는 문민정부가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그동안의 개혁이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대중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데 있다.○부유층에 중점
서양역사·서양철학사를 살펴보면 역사적 대전환기에는 항상 두 개혁방향의 대립이 있어왔다. 그 하나는 경제적 부를 충분히 축적한 부유한 계층을 위한 개혁이다. 그것은 약육강식으로 귀착된다.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가·소규모 자영업자등 서민대중들을 위한 개혁이다. 그것은 억강부약으로 표현된다. 문민정부의 개혁은 그동안 규제완화를 앞세운 경제자유화를 향한 개혁이었다. 자율의 미명아래 이루어지는 경제적 자유방임이 무자비한 약육강식에로 귀결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문민정부의 개혁은 국가경쟁력을 내세운, 힘과 능력을 가진 계층위주의 개혁이었다. 문민정부에 들어와서 경제력 집중은 엄청난 속도로 가속화하고 있다. 소득분배구조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경제자유화 위주의 개혁으로 경제구조의 양극화는 무서울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
문민정부의 개혁은 중소기업가·영세 소규모자영업자·봉급생활자등 서민대중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는데 인색했다. 문민정부가 구상한 교육개혁방안은 중간계층을 위한 개혁이라고 내세울만 하다. 그러나 자립형 사립고교 육성등 교육개혁방안도 그 핵심은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중간상층을 위한 개혁이었지 중간하층을 위한 개혁은 아니었다. 같은 중간계층이라고 해도 중간상층과 중간하층은 구분되어야 한다. 중간상층과 중간하층은 그 의식이 전혀 다르다. 중간상층은 우승열패를 추구한다. 중간하층은 사회적 조화를 지향한다.
문민정부의 개혁과정에서 중간하층을 중심으로 한 서민대중들은 사랑과 존중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처벌의 대상이었다. 문민정부는 거리질서·시민의식의 확립을 유달리 내세웠다. 그것은 대체적으로 서민대중들이 적발대상으로 되기 쉬운 위반사항에 대한 범칙금의 놀라운 상승을 가져왔다. 그것은 경제적으로 특히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생계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민정부의 그동안의 개혁은 부유한 자산가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재산축적의 안전에 정부의 모든 노력이 집중되고 서민대중들은 단지 처벌대상으로만 간주되던 근세의 고전적 자유주의를 연상케 한다.
중간하층을 중심으로 한 서민대중들을 충심으로 돌보는 정부야말로 진정한 민주정부이다. 국가가 정상적으로 발전하려면 모든 정책은 중간하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중간하층은 가장 이성적이다. 중간하층은 사회적 조화와 질서를 지향하는 중심세력이다. 중간하층은 가장 애국적이고 민족적이다. 중간하층의 서민대중들이야말로 진리와 도덕의 원천이고 주권의 근원이다. 그들이야말로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 소수인만의 자유만끽 아닌 만인의 자유를 지향하는 현대의 국민적 자유주의에 있어서는 정부의 역할은 서민대중들의 자유로운 발전을 방해하는 자들을 방해하는 일에 집중된다.
○중간하층 비중을
문민정부는 그동안 개혁을 내세우면서도 사회적 조화의 이념을 충실히 구현하지 못하고 특권적 상층인 재벌중심의 경제정책을 펴왔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권력형 부정축재의 근본원인도 재벌위주의 경제구조에 있다. 해마다 상상하기 어려운 막대한 순익을 내는 대기업들이 있는 반면 올해들어 벌써 1만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내고 있는 경기양극화현상도 재벌위주의 경제구조 때문이다. 세계적 수준의 사치와 향락이 펼쳐지는 표면적 화려함의 이면에서는 하루하루의 삶에 찌들린 서민대중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있는 모습도 재벌위주의 경제구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결과는 문민정부 개혁의 문제성에 대한 중간하층을 중심으로 한 서민대중들의 이성적 비판의 표현이다. 그 결과를 지역감정 때문이라고 호도해서는 안된다. 재벌위주의 경제구조가 타파되어야만 차디차게 식어 있는 국가경쟁력과 역사발전의 원동력인 국민적 정열이 다시 불타오를 수 있다. 메말라 있는 국민들 사이의 친애의 감정도 다시 싹틀 수 있다. 바닥에까지 내려 앉은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신뢰감도 다시 쌓아질 수 있다.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를 타파하지 않으면 문민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게 된다. 국민들은 문민지도자가 소수인만의 자유만끽을 추구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화신이 아니라 만인의 자유를 실현하는 국민적 자유주의의 기수로 후세역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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