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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교체 민자/세가족 불안한 동거 5년 10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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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교체 민자/세가족 불안한 동거 5년 10개월

입력
1995.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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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1월 3당합당 공룡여당으로 출범/갈등거듭 노씨 92년·JP 지난 1월 탈당민자당이 정확히 5년 10개월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90년 1월22일 당시 노태우 민정당 총재, 김영삼 민주당 총재,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전격적으로 3당합당을 선언함과 함께 소속의원 2백16명의 「공룡여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은 22일 김대통령의 당명개칭 지시로 사실상 수명을 마감했다.

이로써 통치권자가 바뀔때마다 인위적으로 집권당이 새롭게 창당돼 온 우리 헌정사의 전철을 또다시 밟게 됐다. 1공화국때 이승만전대통령의 자유당, 3·4공화국때 박정희전대통령의 공화당, 5공화국때 전두환전대통령의 민정당, 6공화국때 노전대통령의 민자당, 그리고 지금 태동을 앞둔 김대통령의 「YS당」이 그것이다.

사실 뿌리가 전혀 다른 「세가족」이 「한지붕」밑에서 6년 가까이 불안한 동거를 계속해 온 민자당의 해체는 김영삼 정부의 출범때부터 예고돼 왔다. 90년 3월 당시 박철언 정무1장관의 김영삼 대표최고위원 견제로부터 시작된 계파갈등은 90년 10월의 내각제 각서파동, 91년말의 대선후보 논란을 겪으면서 더욱 악화했고 이는 새정부가 출범한뒤에도 내면적으로 거의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진통과 곡절을 겪으며 『국민화합, 민족통합이란 시대적 과제앞에 오로지 역사와 국민앞에 봉사한다는 일념으로 아무런 조건없이 합당한다』는 거창한 합당명분도 화석화했다.

또 합당의 주역인 노전대통령은 92년 9월에, 김종필총재는 지난 1월에 이미 당을 떠나 합당의 의미가 한층 퇴색된 것도 부인할수 없다. 금년초 민자당이 당의 세계화를 내걸어 당명을 변경키로 결정하고 공모결과 「통일한국당」(약칭 한국당)을 새당명으로 내정했던 것은 여권핵심부의 이같은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당시엔 김종필총재의 탈당이라는 예상치못한 변수에 직면, 당명개칭작업은 백지화했지만 당을 자기색깔로 전면 도색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중은 이미 1년전에 드러났었다.

앞으로 민자당이 어떤 옷으로 갈아입을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당명개칭 결정은 역설적으로 3당합당의 원죄를 자인한 것이며 포말 정당으로 얼룩진 한국정치사에 또 하나의 기록을 더하게 됐다.<이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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