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비자금 파문 해법 알수있는 기회” 촉각/대재벌정책 강경선회 여부등에 큰 관심노태우씨 구속이후 사법처리의 사정권내로 들면서 전전긍긍해온 재계는 오는 30일「무역의 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는 이날 김영삼대통령의 치사가 그동안 암중모색을 거듭해온 재계에 확실한 방향과 길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이후 귀국한 김대통령이 비자금파문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당분간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역의 날 치사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의중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올해 무역의 날은 수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는 의미외에도 대통령치사에서 경제정책의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시각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우 김대통령은 무역의 날 치사를 통해 재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삼성그룹 승용차사업허용문제의 가닥을 풀었다.
비자금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재계는 자정선언 등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비자금파문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정선언을 하는등 발빠른 대응을 했으나 비등하는 여론과 집요한 검찰의 수사를 비켜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는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일체 삼가는 것은 물론 회장단을 비롯한 재계중진들의 모임을 모두 무기 연기한채 엎드려 있다. 사태를 푸는 유일한 열쇠인 권력핵심부의 의중을 모른채 섣부른 행동은 자제하겠다는 속셈이다.
재계는 따라서 무역의 날 치사에 이번 사태를 푸는 해법은 물론 향후 정책에 대한 모종의 신호들이 숨어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처리의 수위나 범위등 비자금파문에 대한 처리문제는 물론 정부의 대재벌정책의 강경선회등 이번 사태이후의 파장에 대한 통치차원의 결단이 반영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대통령치사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대재벌정책의 향배다. 이미 곳곳에서 재벌정책 강경선회에 대한 의지들이 감지되고있다. 이홍구 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재벌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건의안을 마련중이며 이달말 또는 내달초까지 이같은 정책건의가 대통령에게 보고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기업경영에 관한 재벌의 권한을 대폭 줄이기 위해 계열사의 운영을 전문경영인이 책임지도록 하는 장치와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키 위한 사외 감사제도의 도입이 골자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 한마디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겨냥한 것이다.
재계는 다만 수위의 문제일뿐 재벌정책의 변화라는 전반적인 흐름은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직대통령이 구속되고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는 상황에서 재벌의 소유분산에 대한 검토는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올해초 그룹구조조정을 거친 상태에서 추가적인 계열사정리와 구조조정으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데 재계의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벌만이 책임지는 형태로 사태를 수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 『현재와 같이 정부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한 특혜시비와 정경유착의 소지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측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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