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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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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한국 외교의 주요 목표의 하나는 소위 4대 강국의 남북한 교차승인이었다. 미국 일본이 북한을 승인하고 동시에 소련 중국이 한국을 승인하는 한반도문제의 외교적 해결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몰락과 냉전체제의 붕괴로 이 정책목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소련과 중국은 한국과 수교까지 했지만 미국 일본은 아직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교차승인이 해빙 조류에도 불구하고 완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개방을 꺼리는 북한의 자세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카드를 이용해 미국 일본과 관계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진전은 느린 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과 일본의 대북한 관계개선 접근 방법은 몹시 못마땅하다. 미·북간의 경수로 제공 협상, 일·북간의 쌀 협상 등에서도 이미 드러난바 있지만 양국이 한국과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고 북한과 직거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남한을 소외시키기 위해 양국과 개별 협상을 보란듯이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가. 그 책임의 일단은 한국 외교에 있다. 미국 일본의 대북관계 개선과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에 앞서 그 순서를 미리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제일 먼저 타결되고 그다음 북·일, 북·미관계 정상화로 가야 한다는 바람직한 원칙을 한·미·일간에 설정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 전제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 전개되고 있는 양상은 거꾸로 미·북, 일·북, 남·북의 순서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난주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제시한 대북접근 3원칙은 미흡하다. 남북관계개선 다음 북한과의 수교가 아니라 남북관계개선은 부차적인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과 그와 관련된 안보외교가 그동안 혼선을 빚은 것도 기본 노선과 기조를 확실히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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