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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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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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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용어에 육신통이라는 말이 있다. 수행에 정진해 깨달음을 얻으면 여섯가지 초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 하나가 신족통이다. 이 경지에 들어서기만 하면 물 위를 걷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비행 축지 둔갑이 마음대로 된다는 얘기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초능력을 갖고 싶어하는 꿈이 있다. 이 꿈이 미국에서는 슈퍼맨 배트맨 투명인간 로보캅을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에는 홍길동이 있고 중국에는 손오공이 있다. 어릴 적에는 이들이 현실처럼 생각돼 흉내도 내보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차츰 지어낸 얘기임을 깨닫게 된다. 그 순간부터 세상은 재미없는 곳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른이 돼서도 이 꿈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도에는 이런 옛날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스님 한사람이 요가 수행을 열심히 해서 50년이 지나자 마침내 강물을 걸어서 건널 수 있게 됐다. 이 스님이 재주를 뽐내면서 강을 건너고 있는데 그 옆을 지나가던 나룻배의 사공이 이를 보더니 이렇게 비웃었다. ◆『운임 몇푼만 내면 강물을 힘들이지 않고 건널 수 있는데 세상에는 저런 바보도 다 있다』 노태우씨의 축재는 결국 이 인도 사공처럼 피땀 어린 노력의 가치를 인정치 않고 눈앞의 돈 몇푼에만 욕심을 내는, 정직하지 못한 사회풍조가 빚어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노씨의 몰락을 사람들은 미국의 닉슨 전대통령에 비유한다. 닉슨의 파멸은 축재가 아니라 거짓말 때문이지만, 부정한 재물은 거짓에서 출발하게 마련이다. ◆세계에서 제일 돈이 많은 부자나라 미국의 정계가 그런대로 썩지 않고 굴러가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짓이 발각될 경우 가차없이 처벌하는 법집행 정신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도 그런 정부를 신뢰하고 있다. 노씨를 구속한 우리 검찰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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