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자금 수사가 시작된 이래 국민이 검찰에 대해 지녀온 큰 의문의 하나는 왜 이원조 전의원에 대해 조사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6공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불린 그는 비자금조성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자 당국―검찰이 이씨를 비호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까지 한 것이다.검찰이 뒤늦게나마 노씨의 비자금조성과 은닉에 간여한 혐의로 김종인 전청와대경제수석등과 함께 이씨를 조사키로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난 수년동안 비리와 관련한 이씨문제를 되돌아 보면 「법의 형평원칙」은 한낱 말뿐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는 89년1월 석유비축기금의 정치자금전용과 대한선주인수과정서 직권남용의 혐의를 받았으나 기소중지됐었다. 93년 동화은행장비리사건때는 2억원의 뇌물을 수뢰한 혐의를 받았고 나중에 당시 담당검사는 『그가 수백억원의 비자금계좌를 갖고 있었다』고 했음에도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94년10월 귀국한 후 조사 한번 받은 적이 없었다. 특히 94년 6공자금내사때도 조사에서 제외되어 정가에선 갖가지 추측이 나돌았었다.
이번 경우에도 여론은 처음부터 그의 소환을 강력히 요구했음에도 검찰은 「조사대상이 아니다」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강조, 국민을 의아하게 했었는데 노씨 영장담당판사에 의해 「이씨가 모재벌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아 노씨에게 전했다」는 조서내용이 공개되자 검찰이 그에 대한 조사를 밝히기에 이른 것이다.
이씨는 일찍이 신군부와 손을 잡고 특히 6공들면서 재벌기업에 정책자금과 외화등 저리자금의 대출을 알선하거나 부실기업정리에 개입, 금융특혜의 대가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또한 개인적 수뢰등 비리혐의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그에 대한 조사는 곧 노씨 비자금조성의 핵심적 비밀을 캘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
오랫동안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중립성·독립성에 관해 불신을 받았던 검찰이 모처럼 분발, 비자금을 수사하고 전직대통령을 구속한 것등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번 수사과정서도 그동안 이씨를 조사대상서 제외시켰는가 하면 한때 「기업인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정치인들도 조사하겠다」고 했다가 「노씨의 비자금을 받은 사람」으로 국한하는등 정치권의 기류를 살피는 듯한 태도를 보여 검찰이 구태를 벗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씨가 개입한 검은 자금관련의 모든 비리를 철저히 캐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검찰은 국민의 의구심을 씻기 위해서도 이씨와 여야정치인등의 모든 비리에 대한 엄정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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