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열띤 경연 고현수양 대상 영예한국일보사와 안익태기념재단이 공동제정한 제2회 안익태콩쿠르는 한국 바이올린계의 밝은 미래를 확인한 차세대연주자의 등용문이었다. 지난 해의 첼로경연에 이어 바이올린부문 경연대회로 치러진 이번 콩쿠르에서는 고현수(16·서울예고 2년)양이 대상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야무진 모습의 고양은 예선과 본선무대에서 풍부한 음악적 감수성과 유연한 기량이 어우러지는 신선한 연주를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10∼16일 진행된 예·본선에는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선생의 이름이 걸린 대회답게 수준높은 연주자들이 참가, 열띤 경쟁을 벌였다. 참가자 11명중 고현수 최해성(19·한국예술종합학교 2년) 최민선(16·서울예고 1년)양이 최종적으로 본선에 진출, 우열을 가렸다. 본선 연주곡은 멘델스존의 「협주곡 E단조 작품64」.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지정곡의 전악장을 연주해야 하는 이 콩쿠르는 그만큼 어려운 무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어려운 지정곡을 훌륭히 연주해 내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 음악의 밝은 앞날을 그려 볼 수 있었다.
본선심사에서 원로·중견음악인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위원장 박민종)는 우선 대상후보자가 있느냐에 대한 토론을 벌인 후 투표에 들어갔다. 심사위원들은 『이 상의 이름을 빛낼 수 있는 후보자가 있다』는데 만장일치로 뜻을 모으고 대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고양은 7표중 5표를 얻어 안익태콩쿠르 바이올린부문의 첫번째 대상자로 뽑히는 기쁨을 누렸다. 고양에게는 96안익태음악제에서 협연할 기회가 주어진다.
◇제2회 안익태콩쿠르 심사위원
▲본선=박민종(예술원 음악분과위원장) 이재헌(연세대음대교수) 김민(서울대〃) 현해은(〃) 홍종화(숙명여대〃) 최한원(이화여대〃) 김기재(중앙대〃)
▲2차예선=박민종 현해은 백운창(숙명여대교수) 정준수(경희대〃) 송재광(이화여대〃) 이종협(중앙대〃) 박은성(한양대〃)
▲1차예선=박민종 현해은 최한원 정찬우(연세대교수) 서순정(단국대〃) 피호영(성신여대〃) 김광군(경원대〃)<김철훈 기자>김철훈>
◎심사평 박민종 예술원 음악분과위원장/리듬·곡해석 미숙불구 막힘없는 연주기량 돋보여
올해로 두번째를 맞는 안익태콩쿠르(바이올린)가 좋은 성과를 거둔 가운데 막을 내렸다. 첼로와 바이올린중 바이올린대회로 열린 올해 콩쿠르에는 재능과 기술이 훌륭한 젊은 연주자들이 많이 참가해 심사하는 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1차 예선의 과제곡인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는 바이올린의 레퍼토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곡이다. 참가자 모두가 힘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기뻤다. 5명이 우열을 겨룬 2차 예선의 과제곡은 전형적인 바로크음악인 바흐의 「무반조 조곡 제2번 D단조」. 때때로 리듬을 신중하게 다루지 못하기도 하고 너무 자유로운 곡 해석으로 낭만음악같은 주법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대부분 음정과 주법이 훌륭했다.
본선에 진출한 3명의 연주자는 바이올린연주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라고 할만한 멘델스존의 콘체르토를 거침없이 연주했다. 이 곡은 감미로운 음색으로 노래해야 하는가 하면 화려하고 거침없이 연주해야 하는 낭만음악의 표본곡이다. 대상의 고현수양은 각 테마의 프레이징이 특히 우수했고 멜로디를 훌륭하게 풀어 나갔다. 수준높은 그의 연주에서 앞으로 국제콩쿠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 정진하기 바란다. 최해성양은 테마를 잘 표현하였고 적절한 템포로 곡을 풀어나갔다. 최민선양은 각 악장에서 간혹 불안한 음정이 엿보였지만 전악장을 무난히 연주했다.
◎대상 고현수양/“안익태 선생님이 직접 상주시는것 같아 기쁘고 감사해요”
제2회 안익태콩쿠르(바이올린)에서 대상을 차지한 고현수양은 음악도로서의 「끼」가 넘친다. 긴장되는 본선 무대에서 쉽게 연주에 몰입하고 자신감 넘치는 선율을 들려주는 모습은 나이에 비해 무척 성숙해 보였다. 심사위원들은 풍부한 음악적 감성과 뛰어난 기량을 겸비한 고양을 차세대 연주자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고양은 대상 소식이 전해지자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안익태선생님이 직접 상을 주시는 것같아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본선에 올라와서는 연습시간이 모자라 불안했지만 있는 그대로 음악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연주했다』고 설명한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연주순간만은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을 갖고 「환상적인」 음악의 세계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고양은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지만 특히 아빠(고성준·45)와 남동생(장현·14)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대 사범대 교수인 고양의 아버지는 2년전부터 서울에서 공부하는 딸 때문에 제주도에서 혼자 생활할 때가 많았다. 동생은 「시끄러운」 바이올린 소리를 잘 참아 주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부터 제주도에서 자란 고양은 5세때 옆집 아이가 부러워 바이올린을 켜겠다고 졸라댔다. 그후부터 혼자의 의지로 바이올린에 대한 꿈을 키웠다. 어머니 이미실(43)씨는 음악가의 길이 너무 힘들고 고되기 때문에 취미 정도로만 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해 왔다. 고양은 좀더 신중히 생각해 보라는 부모의 조언에 따라 서울로 음악유학을 하지 않고 중학교까지 제주도에서 다녔다. 학과성적에서도 항상 반에서 1∼2등을 다투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94년 서울예고에 입학했다. 하루가 다르게 연주실력이 발전하고 있는 고양은 지난해 한국음악콩쿠르에서 금상을 받는등 그동안 4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진정한 음악가는 훌륭한 인품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는 고양은 현재 조영미(경원대)교수를 사사하고 있다.<김철훈 기자>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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