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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예향” 발돋움 계기/제1회 광주비엔날레 오늘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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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예향” 발돋움 계기/제1회 광주비엔날레 오늘 폐막

입력
1995.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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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계를 넘어」 문화올림픽으로 승화/160만명 입장… 무리한 부대행사엔 아쉬움제1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 2개월만에 20일 막을 내린다.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로 열린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 미술행사를 지방도시에서 처음으로 개최, 「지방의 세계화」를 실현하고 광주의 「품위」를 한 차원 승화시킨 문화올림픽으로 평가된다. 국내언론은 물론 프랑스의 권위지 「르 몽드」와 일본의 NHK방송등 해외 언론도 광주가 비엔날레를 계기로 문화도시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또 58개국 608명에 이르는 작가의 순수회화에서 첨단기법을 도입한 비디오예술까지 망라, 기존의 국제미술제와 차별화를 기해 예향광주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미술관계자들은 『남종화의 전통을 이어오는등 보수색이 짙은 광주에서 설치미술이 함께 어우러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은 오묘한 조화』라고 말하고 있다.

9월20일 개막이후 2개월동안 다녀간 관람객은 하루평균 2만5,000명으로 160만여명이 관람했으며 수입도 목표액 60억원을 넘는 90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광주광역시는 문체부로부터 「올해의 문화예술시·도」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아 앞으로 문화예술행정에서 우대를 받게 됐다.

광주비엔날레 조직위 사무총장인 광주광역시 정영식(정영식)행정부시장은 『짧은 기간에 준비했지만 국민적 성원과 국내외 미술전문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는등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며 『비엔날레를 통해 우리나라는 물론 광주가 세계속의 예향으로 받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형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2년후 다시 열릴 광주비엔날레가 국제미술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개선·보완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전체 관람인원은 목표치를 넘어섰으나 이중 외국인관람객은 당초 목표인 8만명의 30%도 안되는 2만3,000여명에 불과해 「집안 잔치」로 전락했으며 운영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조직위는 관람객동원을 위한 부대행사를 무리하게 추진, 일시에 많은 인파가 몰린 경우 관람객들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채 인파에 떠밀려 다녀야 했다. 개막초기 일부 작가들은 무분별한 관람객들의 작품훼손을 이유로 작품을 철거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또 본전시작품 90여점 가운데 80%이상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설치미술이었고 회화, 조각, 사진, 공예부문이 취약해 세계미술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미술전문가들은 작가선정에 관해 전권을 행사한 7개 권역별 커미셔너들이 각 국가를 대표할 만한 작가들을 제대로 선정했는지를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광주=송두영 기자>

◎차기행사위한 평론가들의 조언

□기획주도 전문인력양성 시급

▲이구열(한국근대미술연구소장)씨=미술문화의 대중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가장 큰 의의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조급하게 추진하다보니 작품과 전시방식에 문제점을 노출했다. 설치미술이 중심이 된 출품작은 제작방법과 형상, 메시지에서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다. 특이한 작업을 해온 우수작가를 발굴하지 못했고 작업기간도 너무 짧았다. 외국인관람객이 적은 것은 홍보부족탓도 있지만 구미인들의 눈길을 끌만한 독창적 작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각국 미술계를 파악하고 전시기획을 주도할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전람회보다 미술큰잔치 인상

▲정영목(서울대 교수)씨=지방문화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작품전시보다는 그 앞에서 쇼를 한다든가 하는 볼거리위주의 행사로 본전시의 의의가 흐려져 주객이 전도된 것같았다.「경계를 넘어」라는 주제가 전체적으로 수용된 것같지 않고 좋은 미술전람회라는 인상보다 「미술 큰잔치」를 보는 것같았다. 더 짜임새있게 운영해야 한다. 정부는 예산만 지원하고 운영은 법인체를 만들어 광주가 주체가 돼 이끌어 갈 수 있게 해야 하며 「광주의 행사」로 세계에 알려지도록 적극 홍보해야 한다.

□여론수렴 공공감사제 도입을

▲강성원(인천대강사)씨=미술행사의 가장 중요한 평가척도가 미술문화발전에의 기여도라면 광주비엔날레는 허점이 많은 행사였다. 182억원의 경비가 투입된 대규모 행사치고는 작가 선정과정과 전시장 운영등에 문제가 있었다. 한국작가의 경우 커미셔너가 소장평론가들의 추천을 받는 방식을 취했지만 대표작가 선정의 미학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주제를 제대로 소화해낸 작품이 드물었고 전시장 구성에도 유기적 통일성이 없었다. 추진과정을 공개, 여론을 수렴하고 행사후 평가하는 공공감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물량주의·전시행정 탈피해야

▲이주헌씨=국제비엔날레로는 첫 행사였고 지방에서 세계적 행사가 열렸다는데 의의가 있다. 작품의 질은 국제수준에 훨씬 못 미쳤으며 운영방향, 목표도 잘못 설정된 것같다. 한국미술을 해외에 알리고 우리 화단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며 현대미술의 조류를 대중에 이해시키는등의 목표가 실현되지 못한채 관람객유치가 주목표가 된 것같다. 좋은 작가, 작품을 제대로 고르고 미술행사답게 수준을 갖췄으면 한다. 물량주의·전시행정에 기초한 미술대중화보다 정말 봐야 할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이 제대로 볼 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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