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을 수리하면서 묵은 살림살이를 과감하게 버리고 가구없이 살기로 했다는 한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처음 계획은 집을 수리한 후 가구들을 새로 살 생각이었는데, 가구를 사려고 돌아다녀 보니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 어렵고, 또 마음에 드는 것은 엄청나게 비싸서 선뜻 살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몇달간 가구없이 지냈더니 이제는 가구없이 사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생활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가구들이 사실은 생활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는 이십년이상 사용했던 거실의 소파세트와 장식장, 안방의 침대와 옷장, 부엌의 찬장등을 버렸다. 쓰지않는 묵은 그릇들, 서재에서 잠자던 읽지 않는 책들, 장롱을 꽉 채웠던 옷들도 정리했다. 침구는 모두 솜을 새로 틀어다가 꼭 필요한 두께와 크기로 만들고, 호청도 개량할 생각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온가족이 소파없는 거실을 불편하게 여겼지만, 두꺼운 방석을 깔고 바닥에 앉는 것에 곧 익숙해졌다. 소파세트를 버리면서 쿠션이 좋은 것 두개를 남겼는데, 방석들과 함께 새 천을 씌우려고 배색을 연구하는 중이다. 소파를 없애고나니 거실이 시원해지고, 무엇보다 청소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침대는 부부것만 버렸는데, 안방이 넓어져서 온가족이 좋아하고 있다. 부엌을 수리하면서 싱크대와 수납장을 새로 짰고, 별도의 찬장에 들어있던 물건을 모두 그 안에 정리했다. 부엌살림 역시 버릴 것이 쏟아져나와 놀랄 정도였다.
『오래된 책들을 버릴때는 남편의 반대가 심했으나, 요즘 새로 만든 책들이 글씨도 크고 읽기도 좋으니 새 책을 사서 읽자고 설득했지요. 그래야 노년에 책을사러 서점에 다니는 즐거움이 있지 않겠어요? 결혼한 후 이사할때마다 무거운 짐이었던 책을 정리하다보니 삼십년간 한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 보관할 필요가 전혀 없는 책이 많았어요. 살림을 정리하면서 무작정 소유하려는 욕심을 버려야겠다고 마음 깊이 느꼈어요』
요즘 그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집에는 아무것도 없네요.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것이 왜 이렇게 좋지요?』 라고 말하고, 항상 벽에 걸려있던 그림 한점을 새삼스럽게 바라보면서 『집에 아무것도 없으니 이 그림이 전보다 더 아름답군요』라고 감탄한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집, 소유를 최소한으로 줄인 집, 소유야말로 우리를 억압하는 짐이었음을 깨달은 집, 상상만으로도 우리는 자유를 느낀다. 돈을 너무 많이 가졌다가 그 돈에 압사한 전직대통령의 비극을 보았기 때문일까. 그 부인의 이야기를 우리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인상깊게 들었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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