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이탈 가속화속 외국인도 “팔자”/종합과세로 기대 뭉칫돈 유입도 감감비자금파문 한달째. 주식시장은 큰 시련을 맞고 있다. 비자금파문직전에 연중최고치 기록을 깨뜨리는등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시대 본격진입이라는 꿈에 부풀었던 증시는 비자금파문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비자금파문에 휩쓸리면서 한달동안 주가는 무려 60포인트나 떨어졌다.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맡겨둔 고객예탁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 2조3,000억원대까지 줄어들었다. 또 긴박하게 전개되는 비자금파문의 향배에 따라 주가도 하루에 20포인트 가까이 등락을 거듭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 1,000포인트 진입으로 들떠있던 객장은 썰렁한 분위기로 바뀐지 오래고 허탈감에 빠져있는 일반투자자들을 달래려는 증권사 영업직원들도 이제는 지친듯한 표정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비자금파문이 처음 터졌을때만 해도 낙관 일색이었다. 김일성사망 금융실명제실시등 정치·경제적악재가 일시적 충격에 그쳤던 점을 들면서 이번 비자금파문도 곧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의 이런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요즘 증시상황을 한마디로 「기」가 꺾인 상태로 보고 있다. 풍부한 시중자금사정과 경기연착륙 가시화등 탄탄한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제갈길을 가리라고 믿었던 증시가 연일 터져나오는 비자금파문으로 혼란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상당부분 잃어버렸다는 진단이다.
대신증권 김한 상무는 『비자금이라는 말만 나와도 투자자들이 불안해한다』며 『비자금파문이 깨끗이 수습되지 않는한 주식시장이 침체를 벗어나기는 힘들것』으로 내다봤다. 노씨에게 뇌물을 준 기업인과 대선자금등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권에 대한 처리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증시는 한없이 꼬불꼬불한 고개를 넘어가야하는 첩첩산중에 갇혀있는 것과 같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비자금파문의 장기화로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안정기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증시의 「제3세력」인 외국인투자자들도 국내정황에 대한 불안감등으로 주식을 급하게 내다팔고 있는 상태다. 이와함께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위기설 멕시코페소화폭락등 추가 악재까지 겹치면서 주식시장에는 전형적인 합병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증시의 반도체관련주 폭락에 따른 국내 블루칩의 동반 하락은 경기연착륙 무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고 장세의 버팀목역할을 했던 기관투자자들의 장세개입마저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비자금파문에 따른 증시침체는 한편으로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앞두고 마땅한 이동처를 찾고 있는 과세회피성 뭉칫돈들의 증시유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당분간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는 돈만 있고 들어오는 돈은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수급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비자금파문이 마무리국면에 들어선다해도 주식시장이 비자금파문이전으로 「원위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식시장이 비자금파문의 최대피해자가 될 공산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셈이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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