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그자체로 고비는 넘긴 셈/북일 접촉 원칙정립 긍정평가김영삼 대통령과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일본총리와의 18일 정상회담은 과거사문제로 빚어졌던 양국간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수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또 일본측이 대북(대북 ▣관계정상화를 위한 3대 원칙을 처음으로 분명히 함으로써 양국관계가 보다 상호신뢰속에서 진일보할수 있게 됐다. 이같은 성과때문에 이날 회담에 배석했던 우리측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잘 된 회담』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물론 양국의 역사인식 차이를 완전히 없앨수는 없겠지만 일단 양국 정상이 만났다는 상징성만으로도 과거사문제는 일단 고비를 넘었다고 볼수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무라야마총리의 발언으로 문제가 됐던 「한일합방 유효」부분에 관해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않고 「미완의 과제」로 남겨두었지만 양국 정상이 서로 역사인식문제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 14일 장쩌민(강택민)중국국가주석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대일 문제에 강한 입장을 표시했던 김대통령이 먼저 역사문제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김대통령은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과 식민지 통치에 관한 인식을 바로 해야한다』면서 『역사인식이 불분명해서는 양국관계의 장래를 얘기할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일본이 경제적 부흥을 바탕으로 세계의 존경을 받으려면 먼저 도덕적으로 바로 서야한다』면서 『이웃과의 관계를 잘못 가져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라야마총리는 『전후 50년이 되는 올해를 계기로 과거를 반성하는 토대위에서 한일간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마련해야한다』며 『그러나 한일간의 중요한 기초를 저해하는 우려할만한 사태가 있어 유감』이라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무라야마총리는 또 『일본 정부는 과거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물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사죄할 것은 사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극히 일부 인사가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고 있으나 앞으로 계속 지도해나감으로써 바로 잡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지난 15일 한일 외무장관회담에서 합의된 「역사공동연구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 양국국민간의 역사인식 차이를 좁혀가는데 협력키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또 양국간의 또다른 현안중 하나인 일본의 대북관계정상화문제에 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정리했다.
김대통령이 『대북쌀지원과 관련해 일본이 남북관계를 크게 고려하지않고 개입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우리측의 불만을 제기하고 나서자 무라야마총리가 대북정상화의 3대 원칙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측이 이제까지 대북정상화만을 거론해왔을뿐 이번처럼 분명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총리가 직접 3대 원칙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오사카=신재민 기자>오사카=신재민>
◎한·일,한·태 정상회담 이모저모/경색 한·일관계 반영 「긴장의 50분」/일총리,망언 의식하는듯 다소 굳은 표정/한·태 실질적 경협증진방안 등 의견교환
○…18일 상오 11시15분 오사카 시장공관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과 무라야마(촌산부시) 일본총리간의 한·일정상회담은 최근 일본측의 과거사 망언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 속에 50분간 진행됐다.
시장 공관 현관에서 김대통령을 영접한 무라야마총리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김대통령 일행을 접견실로 안내했다. 두 정상은 접견실 입구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악수하며 잠시 포즈를 취한 뒤 김대통령이 『오사카 날씨가 근래 드물게 좋은 것같다』고 부드러운 화제를 꺼냈다. 『오사카 방문이 몇번째냐』는 무라야마총리의 물음에 김대통령은 『두번째』라고 답변했다.
양국 정상은 이어 배석자들과 함께 착석했는데 무라야마총리는 그때까지도 서먹서먹한 표정을 풀지 못해 자신의 과거사 망언을 의식하는 듯한 분위기. 무라야마총리는 『지난 3월 코펜하겐의 사회개발 정상회의에서 만난 뒤 오늘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대통령은 『벌써 열달이 됐다』고 받았다.
이어 무라야마총리는 『오늘은 솔직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말해 과거사 망언 파문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힐 것임을 시사했고, 김대통령도 『좋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에 배석했던 유종하 청와대외교안보 수석은 『한일 양국 정상이 과거사 문제, 북일 관계 정상화 문제등에 관해 분명한 입장들을 밝힘으로써 회담결과가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평가했다.
일본측은 회담이 열린 오사카시장 공관 출입에 검색을 철저히 하는등 보안에 신경을 썼으나 김대통령 일행에게는 극진한 환대를 아끼지 않아 경색된 한일관계를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한일 양국은 이날 배석자수를 두나라 외무장관과 주재대사등 최소한으로 줄여 두 정상간에 긴밀한 대화가 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이날 하오 숙소인 로열호텔에서 반한 태국총리와 한·태 정상회담을 갖는등 연쇄 개별 정상외교를 펼쳤다.
김대통령은 회담장인 로열호텔 사쿠라실에서 반한 총리와 활짝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반한 총리로부터 암누아이 부총리와 카셈 외무장관, 츄십 상무장관등 태국측 배석자들을 소개받은 김대통령은 공노명 외무장관과 박재윤 통산장관, 한이헌 경제수석, 유종하 외교안보수석, 윤여준 공보수석등 우리측 배석자들을 반한 총리에게 소개했다.
뒤 이어 정상회담에 들어간 김대통령과 반한 총리는 내년 3월 방콕에서 개최될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문제, 양국간 실질적 경제협력 증진방안등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회담은 상오 한일 정상회담 때의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와는 달리 양국간에 껄끄러운 현안이 없어서인지 여유롭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30분간 공동 관심사를 주제로 간담회처럼 진행됐다.<오사카=신재민·고태성 기자>오사카=신재민·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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