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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의 「외딴방」/박래부 문화2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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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의 「외딴방」/박래부 문화2부장(메아리)

입력
1995.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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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한 사람은 정치적 야심을 품은 군인이었고, 한 사람은 소설가를 꿈꾸는 구로공단의 가난한 여성근로자였다. 세월이 지나는 동안 두 사람은 모두 꿈을 이루었다. 군인은 대통령을 지냈고, 소녀는 가장 인정 받는 작가의 한 사람이 되었다. 현재 인기드라마 「제4공화국」(MBC)과 「코리아 게이트」(SBS)에서 신군부의 야심가로 되어 있는 노태우씨가 그 군인이고, 「한국일보 문학상」(93년)등을 수상한 「풍금이 있던 자리」의 작가 신경숙씨가 그 소녀이다.신경숙씨는 최근 자전적 소설 「외딴방」을 발표해서 다시 한번 문단에 자극을 주고 있다. <열여섯살의 나…> 라는 고백체 문장으로 쓰인 이 소설은 시골 출신의 소녀가 작가가 되고 싶은 희망을 안고 낮에는 공장에 다니고 저녁에는 여고 산업체특별학급에 다녔던, 가난하고 고단하고 쓸쓸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소설에서는 그 때의 부끄러움 섞인 체험과 작가가 된 후의 성숙한 의식세계가 끊임없이 대비되고 있다. 「외딴방」은 그가 큰 오빠, 외사촌 언니와 함께 새우잠을 자며 살던 구로공단 근처의 작은 방이다. 「외딴방」은 그 을씨년스런 집에 딸린 37개 방 중의 하나였다.

현재 「제4공화국」과 「코리아 게이트」는 신군부가 권력을 잡기 위해 벌이는 12·12사태, 5·18광주민주화운동등 비극적 사건들을 방영하고 있다. 「외딴방」은 이 일련의 비극들을 <정통성의 결여가 부른 피의 제전들> 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 기간에 여성근로자들은 「광주에서 난리가 났다」는 소문도 듣고 「직장폐쇄」라는 위협에 시달렸으며, 노조간부들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는 등의 무서움을 겪었다.

그는 3년의 공장생활 끝에 서울예전 문예창작과에 진학했고 그후 빛나는 작가가 되었다. 아마도 「외딴방」에서 길러진 감수성과 우수, 깊은 사유등의 덕분일 것이다. 이제는 수뢰혐의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노태우씨가 16일부터 서울구치소 「외딴방」에 갇히게 되었다. 그도 남처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하게 된 것이다. 그가 자신에게 허여된 3.5평의 「외딴방」 안에서 진정한 참회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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