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소리에 기상 점호받아/신문 읽기 싫은듯 신청안해/면회온 아들에 “나는 괜찮다”경기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에서 기약없는 수형생활을 시작한 노태우전대통령의 첫아침은 17일 상오 6시30분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일어나 조용히 침구를 정리하는 일로 시작됐다.
구치소내 사무실을 개조한 3·5평짜리 독방에서 첫밤을 보낸 노씨는 청소를 한 뒤 아침점호를 받았다. 교도관이 수인번호와 이름을 부르자 담담한 목소리로 『예』라고 대답했다.
상오 6시50분에 쌀과 보리가 8대2 비율로 섞인 보리밥과 시금치국 오징어무조림 깍두기등 1식3찬이 들어갔다. 초급장교 시절에나 먹어봤음직한 식단이었지만 노씨는 하나도 남김없이 비웠다고 한다. 노씨는 16일 수감되면서 『신경성 위장염이 있어 평소 정로환을 복용해왔다』며 부탁한 정로환 몇알을 들었다. 노씨는 규정상 신문을 두종류 구독할 수 있으나 자신의 수감소식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신문을 읽기 싫은 듯 신문을 신청하지 않았다. 대신 한 불교신자가 넣어준 불교서적 2권을 읽었다.
상오 10시께 첫면회자가 왔다. 전청와대사정수석 김유후 변호사가 구치소측이 본관에 마련한 특별접견실에서 15분가량 노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갔다.
노씨는 낮12시께 잡곡밥과 생선조림 된장국 배추김치로 짜여진 점심식사도 깨끗이 비웠다. 점심후 교도관이 운동을 권유하자 7평 남짓한 독거수 전용운동장에서 30여분간 맨손체조와 걷기로 몸을 풀었다.
하오 1시45분께 아들 재헌씨와 최석립 전경호실장, 박영훈 비서관등이 양말과 내의, 덧신, 노씨가 평소 읽던 역사책등을 챙겨 면회왔다. 노씨는 『나는 괜찮다』고 말했으나 이들이 돌아간 후 한동안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직후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이 수감됐다. 이씨의 수감에 대한 노씨의 반응은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온갖 상념을 떨쳐버리려는 듯 하오에는 불교서적에 몰두했다고 한다.
법무부 교정국 관계자와 교도관들은 『노씨는 교도관들의 지시에 따르고 식사를 모두 비우는등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거지돼지고기찌개, 샐러드, 깍두기로 저녁식사를 끝낸 노씨는 이날도 안대를 착용하고 8시께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김성호·염영남 기자>김성호·염영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