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이 구속된 뒤에도 온 국민의 핵심적인 관심이자 의구심의 초점은 지난 대선때 부정한 비자금이 어느 후보에게 얼마나 지원됐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지도자의 도덕성, 진실성, 청렴성을 측정하게 되며 앞으로의 정국 향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씨는 구체적인 지원내용은 함구한 채 「모든 것을 내가 가슴에 안고 가겠다」는 해괴한 발언을 하여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한마디로 시한폭탄과 같은 대선자금에 대해 함구함을 애써 강조함으로써 정치권에 대해 의미있는 협박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여당에는 앞으로 자신에 관한 사법처리의 수순결정과 가족·친인척·측근들의 구명용 흥정카드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야당도 일단 안도케 하려는 뜻이 분명하다.
검찰의 조사태도 역시 문제가 적지 않다. 구속영장담당판사의 설명대로 대선자금지원조사에 있어 물어 봤다는 게 고작 「비자금을 대선자금에 사용했는가」 정도였다는 데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노시가 조성했다는 비자금 5천억원중에서 2천3백여억원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러나 사용처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내역을 규명하지 못한데 대해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노씨가 「말할 수 없다」며 법으로 보장된 묵비권을 행사했을 때는 정당과 정치인들에 대한 내사를 통해 조사했어야 했다. 국민들로서는 아무리 재벌들로부터의 뇌물거두기 조사에 집중했다 하더라도 그토록 민감한 대선자금부분을 단 한푼도 규명하지 못한데 대해 검찰의 수사의지를 새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노씨가 「비자금 사용부분을 홀로 가슴에 안고 가겠다」는 발언에 정치권은 「유감스러운 일」 「무책임한 태도」 「불쾌하다」 등의 엇갈린 반응속에 진짜 의미를 싸고 새로운 진통에 빠졌다. 만일 그가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계속 「위협용」 내지 「규명용」 카드로서 대선자금문제를 계속 이용하려 한다면 국민의 노성과 분노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노씨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단 하나 뿐이다. 국가의 쇄신 발전과 정국의 안정을 바란다면 대선지원자금 내역을 훌훌 털어놓는 일이다. 그것만이 국민에 대한 유일한 속죄의 길이요 또 자신을 어느 정도 구제할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검찰 역시 이제부터는 정국의 폭발을 막기 위해 검은 돈의 대선지원 내역과 부정한 돈을 받은 정치인에 대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한편 정치권은 노씨의 함구에 혹시나 내심으로 「안도」하지 않았는지 자성해야 하며 아울러 국민의 관심사인 대선자금 내역을 스스로 밝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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