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인척 안전도 고려한듯노태우 전 대통령은 16일 구속되면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대선자금에 대해 끝내 침묵했다. 노씨가 검찰조사에서 정치권에 건네진 비자금의 내역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수감되자 그 의미를 놓고 정치권 내외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노씨는 이날 구치소로 향하기 직전 정치자금문제와 관련해 『내가 모두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보도진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이처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배경도 관심을 끈다.
노씨의 이같은 태도는 최근 정해창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기억나는 범위에서 사실대로 밝히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한 부분과는 큰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여권의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면 노씨진영의 입장이 급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
노씨가 정치권의 뇌관이랄 수 있는 대선자금등 비자금사용처에 대해 함구한 것을 순수하게 해석한다면 국가 장래를 걱정한 그의 마지막 「봉사」라 할 수 있다. 실제 노씨가 이 부분에 대해 입을 열 경우 정치권은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비자금 파문이후 줄곧 노씨측이 대선자금 문제를 대여권 협상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던 사실을 돌이켜보면 반드시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노씨가 함구한 것자체가 일종의 카드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정치권을 공중분해시킬 수도 있는 대선자금 부분을 노씨가 전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이 문제는 다시 정치권의 부담으로 남았다. 특히 여권으로서는 대선 자금문제에 비교적 여유있게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얻은 셈이지만 동시에 노씨와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지 못한 부담을 안게 됐다. 야당은 여권에 대해 『노씨와 정치적 흥정을 했다』는 공세를 가할 공산이 크다.
노씨가 함구를 카드로 이용했다면 그 목표는 구속이후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및 사면, 가족및 친인척의 안전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씨의 진의가 어떻든 그의 함구는 대선자금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소모적 공방에 또다른 뇌관을 던져 놓았다고 할수 있다.<정광철 기자>
◎노씨 수감직전 발언/“모든책임 안고 처벌 달게받을것/기업인곤욕 가슴아파 선처 부탁”
국민 여러분들께 정말 송구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 나 혼자서 모든 책임을 안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 각오입니다. 이 자리에서 특히 가슴 아픈 것은 나로 인해 많은 기업인들이 곤욕을 치렀습니다. 국민여러분께 부탁드리건대 우리 기업들, 국제경쟁력에 뒤지지 않게끔 밀어주시고 보살펴 주시고, 또 용기주시고 힘을 주십시요.
또 한가지, 정치인 여러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가슴에 안고 있는 이 불신 그리고 이 갈등, 모두 내가 안고 가겠습니다. 어떤 처벌도 받겠습니다. 제발 이 것을 계기로 정치인들이 불신과 갈등을 다 씻어버리고 화해와 이해와 협력으로, 정말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저희 후배에게 물려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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