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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구속/이 국치,구시대 청산의 대전기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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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구속/이 국치,구시대 청산의 대전기로(사설)

입력
199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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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이 뇌물과 관련된 파렴치 행위로 구속 수감된 것은 예상됐던 일로서 국가적으로 매우 불명예스럽고 수치스러우며 또 불행한 일이다. 건국이래 처음인 전직대통령의 구속은 우리의 통치구조―권력이 얼마나 부정한 일을 해왔으며 부패했는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토록 청렴을 다짐하면서 「믿어 달라」고 했던 노전대통령이 영장이 집행되어 교도소에 수감되는 모습은 바로 이땅의 도덕과 기강과 사회정의가 땅에 떨어진 모습이지만 우리는 이 엄청난 시련과 심각한 위기를 반드시 이겨내야 할 것이다.노전대통령의 비자금조성비리는 어느정도 알려졌지만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문의 내용을 보면 실로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국가의 최고통치권자이자 국정운영의 총체적 책임자인 대통령이 재임5년동안 30개재벌로부터 2천3백59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데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국사를 총괄하는 신성한 청와대집무실이 재벌들과 뇌물을 받고 이권·특혜를 주는 장소로 사용해왔다는 점에서 아연해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본인은 「관행」을 내세워 「통치자금」운운했으나 결국 뇌물을 거두는 파렴치한 행위를 한 것은 국민을 배신하고 국법을 짓밟은 반국가적 행위로서 엄중처벌해야 마땅하다. 국민도 이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고 또 그가 멋대로 뇌물을 모은 것을 방치했다는 점에서 함께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헌정이래 온전한 통치권자를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다. 이승만 초대대통령은 4·19로 하야, 망명했고 윤보선대통령은 5·16이후 자퇴했으며 박정희 대통령은 18년간 장기집권후 시해당했었다. 또 최규하 대통령은 신군부에 의해 밀려났고 전두환전대통령은 백담사에 유배됐었으며 이제 노전대통령은 범죄자가 되어 구속됨으로써 국민을 실망시킨 것이다.

사실 노전대통령의 불법행위는 개인이 저지른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5·16을 시발로 5·6공에 이르기까지 쿠데타와 정변으로 득세한 권력자들이 멋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축재하는 등 불법과 독단과 파행행위등으로 쌓인 부패가 곪아터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동안 권력형 비리가 여러 차례 노출되었으나 그때마다 적당한 선에서 덮음으로써 더 큰 불법과 부패를 자초하고만 것이다.

이번 노전대통령의 부정사건은 박계동 의원의 폭로이후 28일만에 구속까지 이뤄졌지만 이로써 모든 의혹과 진실이 규명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은 형편이다. 더욱이 불쾌한 것은 노전대통령이 비리를 인정한 이후에도 여러차례 국민을 교언으로 속여왔다는 점이다. 즉 재벌들의 「성금」 운운했지만 「뇌물」로 드러났고 모두 5천억원을 거둬 3천3백억원을 정치활동비등에 쓰고 1천7백여억원이 남았다고 했지만 조사결과 그밖에도 3백55억원을 친인척을 통해 부동산 등으로 은닉했음이 밝혀진 점이다.

특히나 그가 2차 소환된 후 『여론에 너무 좇다보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까지 얼버무린 데는 불쾌하기 짝이없다. 그가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또 그의 궤변으로 정치권은 결전상황이 되고 있지 않은가. 그가 수감되기 직전 정치인들에게 『여러분들 가슴속에 있는 갈등과 불신을 모두 내가 안고 가겠다』고 한 것은 무슨 말인가. 끝내 함구하겠다면 그가 촉구한 화해는 커녕 격돌과 대혼란이 일어날게 분명한 만큼 여야에 지원한 대선자금의 내용을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

때문에 이번 구속은 모든 문제의 완결이 아니라 규명의 시작이 돼야 하며 철저한 규명을 위해서는 노전대통령과 검찰과 여야가 마땅히 할 일이 있다. 먼저 노전대통령은 비자금의 조성과 사용내용을 하나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또 그 자금의 조성과 사용의 성격도 소명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해외은행을 비롯한 은닉재산의 내역도 털어놔야만 한다. 다음 검찰은 노전대통령의 부인등 친인척의 부정축재 조사와 함께 특히 이원조 전의원을 소환, 검은 자금의 조달배경을 수사해야 한다.

한편 여야는 검찰조사와는 별도로 국민의 깊은 의구심을 씻고 오는 15대총선에 보다 떳떳하게 나서려 한다면 지난 대선때 노전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자금의 규모를 스스로 국민앞에 소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 이상 진실을 감춰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은 중대한 교훈을 각계 지도층들에게 남겼다. 진실은 영원히 은폐할 수 없다는 것, 대통령·정치지도자들과 재벌들간의 정경유착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또 대통령이 뇌물로 받은 자금의 축재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어떠한 정치인도 부정한 자금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노전대통령의 불법행위는 국가와 모든 국민에게 엄청난 상처를 입혔다. 국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와 기강과 도덕을 붕괴시켰으며 국민의 가슴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노전대통령의 구속으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해서는 안된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정치풍토쇄신과 국민의식 혁명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정치지도자와 재벌들은 깨끗한 몸가짐속에 정경유착과 부정축재의 찌꺼기들이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비자금을 받아 쓴 정치인등 누구를 막론하고 자퇴케 하여 새정치의 기틀이 마련 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노전대통령사건의 진실규명은 이제부터다. 본인과 검찰, 여야의 양심적 노력이 어느때보다도 요청된다. 국민은 진실규명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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