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길 시민들 돌·계란 던지기도/“영장발부” 통보에 각오한듯 무표정/호송차 교도대에 싸여 철문안으로/검찰,영장에 노씨이름 오기 재작성 해프닝16일은 우리 헌정사, 검찰사, 법원사에 두번 다시 되풀이 돼서는 안될 치욕스런 날로 기록됐다. 전직 대통령 신분에서 수의 차림의 미결수로 전락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구속 첫날 밤을 보냈다.
▷구속집행 및 수감◁
○…노씨는 하오6시51분 서울지법 항소6부 김정호 판사가 영장을 발부한 지 38분만인 하오7시29분께 대검청사 11층 특수조사실을 나와 검사장급 이상 간부만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 1층 로비로 내려왔다. 검찰수사관 2명의 호위를 받으며 로비를 걸어나오는 노씨는 상당히 지치고 침통한 표정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담담한 모습이었다. 노씨는 로비에서 심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밖에서 하겠습니다』라며 회전문을 통과, 검찰의 호송 승용차가 대기중인 밖으로 나갔다. 검찰은 노씨가 전직 대통령인 점을 감안,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
○…노씨는 회전문을 나서자마자 잠시 멈춰서서 차분하게 구속에 임하는 심경과 국민, 정치인에게 하고싶은 말을 3분여동안 토로했다. 노씨는 지난달 27일 대국민 사과성명 내용과 마찬가지로『국민에게 송구스럽다』는 말과 함께 기업인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노씨를 태운 검찰 승용차는 하오7시36분께 대검청사을 떠나 예술의 전당 사거리에서 좌회전, 서초구청―양재인터체인지―화물터미널―과천―인덕원사거리를 거치는 코스를 달렸다. 노씨가 탄 승용차는 대검청사를 떠난지 20여분만인 하오7시57분께 경기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 외정문에 도착했다.
호송승용차가 교도대의 삼엄한 경비속에 외정문에서 3백여 떨어진 구치소 본건물 정문앞에 도착하자 좌석이 좁은 듯 몸을 약간 앞으로 내민 상태로 앉아있던 노씨는 만감이 교차하는듯 침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검찰 호송승용차는 교도대가 완전히 둘러싼 사이 노씨가 수감될 4사가 있는 구치소의 철문이 열리자 재빨리 구치소내부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김판사가 하오1시30분부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내용을 검토하는 동안 노씨는 대검청사 11층 특수조사실에서 김진태 검사와 함께 지냈다. 김검사는 구속영장 청구후 노씨의 구속이 집행될 때까지 6시간동안 수감생활등에 대해 조언했으며 구속된 이후에도 조사가 계속될 것임을 통보했다. 특수조사실에 있던 노씨는 구속집행전 대검중수2과장 문영호 부장검사로부터 영장발부및 영장요지를 통보받았는데 이미 각오한 듯 별다른 표정변화는 없었다고 검찰관계자는 전했다.
▷영장청구 및 발부◁
○…이에 앞서 노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하오1시25분 서울지법 영장접수계에 접수됐다. 검찰수사관 3명이 하늘색 보자기로 싼 1천1백여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사건기록은 법원 가동 1006호 김정호 판사실로 보내졌다. 점심식사를 일찍끝낸 김판사는 영장도착후 잠시 보도진에게 기록검토 장면을 보여준 뒤 문을 잠그고 장고에 들어갔다. 영장 심리전 『평상시 일반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처리할 것』이라며 원칙론을 얘기했던 김판사는 접수 5시간26분만인 하오6시51분 영장에 서명 날인했다.
○…노씨의 영장은 정오께 영장청구권이 있는 서울지검 이종찬 3차장검사를 거쳐 최환 서울지검장이 1시간동안의 내용검토 끝에 최종 결재하는 절차를 밟아 청구됐다. 노씨 축재비리사건 주임검사인 대검중수2과장 문영호부장검사는 상오6시께 영창초안을 완성했다. 이어 노씨와 미역국 정식으로 아침식사를 했고 안강민 대검중수부장, 김기수 총장과 영장내용을 숙의한 뒤 상오11시35분께 주임검사로서 영장청구서에 서명 날인했다.
▷검찰 법원 구치소 주변◁
○…서울지법(원장 정지형)은 검찰의 노씨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 형사항소6부의 김판사를 노씨 영장 전담판사로 지정하는등 만전을 기했다. 법원은 김판사가 노씨 영장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반사건 영장담당 판사를 별도 지정하고 특별기일이 잡혀있던 형사항소6부에 10부 황상현 판사를 배석시키는등 배려했다. 한편 검찰은 영장내용의 노씨 이름을 「노태우」가 아닌「노태우」로 잘못 기재하는 실수를 범해 급히 구속영장 표지를 재작성, 제출하기도 했다.
○…노씨가 구치소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주민 1백여명은 『노태우 도둑놈』이라고 외치는등 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으며 일부 시민은 호송승용차를 향해 돌과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인덕원역과 구치소입구에 1개중대 1백20여명을 배치, 삼엄한 경비를 폈다.<이진동·박정철·박진용·김경화 기자>이진동·박정철·박진용·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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